밤낮 없이 AI 피해복구 사투벌였는데…50대 포천시 축산방역팀장 자택서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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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기도 포천시 곰무원 등이 AI차단 이동통제초소에서 방역 활동 중이다. 전익진 기자

지난해 12월 경기도 포천시 곰무원 등이 AI차단 이동통제초소에서 방역 활동 중이다. 전익진 기자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복구에 앞장서온 50대 공무원(팀장)이 야근 후 자택에서 숨졌다.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병원 옮겨졌지만 숨져 #숨지기 전날도 오후 8시30분까지 초과 근무 #AI 피해 농가의 보상과 재입식 업무에 매진 #

25일 경기 포천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4시 30분쯤 축산방역팀 한모(51) 팀장이 의정부시 자택에서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한 팀장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진단을 받았다. 평소에 별다른 지병은 없었다고 한다. 수의사인 한 팀장은 포천시 수의직(가축방역관) 공무원이다.

포천시는 전국에서 양계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지난 겨울 AI 발생으로 가축방역 활동이 집중적으로 이뤄져 왔다. 한 팀장은 포천지역 가축방역 업무를 총괄해 왔으며, 최근에는 AI 피해 농가의 보상과 재입식 업무 등에 매진해 왔다.

시 관계자는 “한 팀장은 AI로 피해를 본 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밤낮으로 노력해 왔다”며 “(숨지기) 3일 전 몸이 안 좋아 병원에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결국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시는 한 팀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한 팀장은 전날 AI 관련 업무로 오후 8시 30분쯤까지 초과 근무(야근)한 뒤 귀가해 새벽부터 가슴 통증을 느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24일 오전 숨졌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소화 장애로 인해 병원에서 주사처방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살처분 농가 점검과 방역· 보상 등의 업무에 힘썼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AI 비상근무로 연일 격무에 시달리다가 몸이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포천시는 전국 최대 닭 사육지로 농가 225곳에서 가금류 1015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로 300여 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했으며, 최근 군산에서 발생한 AI로 인해 관계 공무원들이 비상 근무를 실시 중이다.

한 팀장은 아내와 슬하에 초·중·고교생 딸 셋을 두고 있다. 빈소는 포천의료원에 마련됐다.한 팀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5시다.

포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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