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시진핑에 사드보복 해제 요청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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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2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이고 또한 북한에 가장 많은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라며 “중국의 협력이 없다면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식과 일치한다.

로이터 인터뷰서 “피할 수 없는 의제” #“중, 북핵 차단 성과 없었다” 압박도 #“원래 사드 5기는 내년에 배치키로” #대통령, 한·미 합의 이례적 공개하며 #환경영향평가 절차적 정당성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보겠다는 노력은 실패했다”고 적었다.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을 재차 압박하는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 AD·사드) 체계 한국 배치에 반발하며 한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이 모든 제재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하겠다”며 “그 문제는 서로 피할 수 없는 의제”라고 강조했다.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계기로 워싱턴 조야에 확산된 ‘문재인 정부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간의 합의 내용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환경영향평가 조치를 취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통령 취임 후 보고받은 내용이라며 원래 한·미 간 합의는 금년 하반기까지 사드 미사일(발사대) 1기를 야전 배치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도에 배치하기로 스케줄이 합의됐었다고 했다. 합의를 거스르고 서둘러 배치된 이유에 의구심을 드러낸 문 대통령은 “(배치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라는 반드시 거쳐야 될 절차가 소홀하게 다뤄졌다. 새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라는 당연히 거쳐야 될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국민 여론에 따라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 국방부는 “알아보겠다”며 함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미군은 지난해 일정을 다 밝힌 것으로 안다”고만 밝혔다. 지난해 11월 4일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은 “한국의 정국(최순실 사태)과 무관하게 사드 배치를 조속히 하겠다”며 “사드 1개 포대를 8~9개월 내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9월에 미 국무부의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의 미사일 실험 속도가 빨라지는 점을 감안, 가능한 한 빨리 한반도 사드 배치 속도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위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탑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는 기술을 ‘머지 않은 시기’에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6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양국 지도자가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트 대통령이 북핵 이슈를 외교 의제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는 결단을 해준 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회담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결과가 보장될 때에만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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