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관장, 박 전 대통령에게 남편 최태원 SK 회장 '디스'하는 편지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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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57)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56)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 회장이 사면받기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22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 회장은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 “노 관장이 지난 2015년 8월14일 증인(최 회장)의 사면이 결정되기 전에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을 알고있냐”고 묻자 최 회장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며 “들은 적 있다”고 대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공개됐다. [중앙포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 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공개됐다. [중앙포토]

이같은 질문은 지난해 2월 16일 최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으로 면담 했을 당시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을 언급한 사실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검찰과 최 회장에 따르면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요즘 잘 지내시냐”고 인사하자 최 회장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하진 않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에도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는 게 중요한 문제이지 않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이 언급한 최 회장의 ‘사생활 문제’란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동거인과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고 부인인 노 관장과는 이혼을 원한다”고 고백한 일을 가리킨다. 검찰에 따르면 노 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는 최 회장 사면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22일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서 동생의 가석방을 부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완곡하게 건의했다가 박 전 대통령이 반응이 없어 더 이상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노 관장이 편지를 보낸 사실을) 처음엔 풍문으로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조금씩 더 들어서 딱 언제 알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면 후인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총수로는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준비해 온 안경을 쓰고 신문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법정에선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맞습니다”고 소리 친 방청객이 퇴정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소란을 일으킬 경우 심리에 막대한 지장이 있어서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큰 소리를 냈다”며 퇴정을 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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