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코미, 美서 탄압받으면 러에 망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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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대화'서 질문에 답하는 푸틴 대통령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국민과의 대화'서 질문에 답하는 푸틴 대통령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러시아로 망명한다? 농담 같은 상황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이 제안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민과의 대화'서 미국의 '러시아 스캔들' 언급 #"코미, FBI 수장이라기보다 망명한 스노든과 비슷" # 미 대선 개입 부인 "서방의 대러 제재 명분일 뿐"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주요 TV·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제15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미국의 대러 제재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언급하며 코미 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내용을 유출한 코미의 행동이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반역적’ 행동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코미와 스노든의 차이가 뭔가? 이번 사건에서 코미는 FBI 수장이라기보다 특정 관점을 지닌 활동가처럼 보인다.”

푸틴은 또 “코미가 미국에서 탄압을 받으면 그에게 정치적 망명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비꼬듯이 덧붙였다. 미 정보기관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폭로한 스노든은 현재 러시아에 망명해 있다. 코미와 스노든을 나란히 놓고 '망명 제안'을 한 것은 미국의 현 사태를 조롱하는 풍자로 해석된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 증언 선서 장면. [A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의회 청문회 증언 선서 장면. [AP=연합뉴스]

푸틴은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 정보당국의 발표를 다시금 부인했다. 선거에서 패한 민주당이 패배의 원인을 러시아의 대선 개입으로 돌리면서 공화당과 정쟁을 벌이고 있고,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푸틴은 “서방은 항상 러시아에 여러 가지 이유를 구실로 제재를 가해 왔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명분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러 제재를 시행했지만 더 큰 피해를 본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방이라고 강변했다.

펜스 부통령 '러시아 스캔들' 대비 변호사 선임

한편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등에 대비하기 위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개인 변호사를 고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15일 버지니아 주 법무장관과 연방검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회사 '맥과이어우즈'의 회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컬렌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비해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를 선임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등과 관련해 사법방해죄 여부 등도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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