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정국, 더 큰 '강경화 변수'에 숨죽여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얼어붙은 정국이 '강경화'라는 더 큰 변수를 기다리고 있다.
야3당이 14일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도 점점 더 강경해지는 형국이다.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는 이날까지 채택되지 않았다. 청문요청서가 지난달 26일 국회에 제출된만큼 인사청문회법상 20일째인 이날이 채택 기한이었다. 그러나 채택문제를 논의할 외교통일상임위 전체회의조차 열리지 못했다.
청와대는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10일이내의 기한을 정해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에 따라 15일 재송부 요청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의 경우엔 추가로 5일의 기한을 뒀지만 강 후보자는 한ㆍ미 정상회담 준비 시일이 촉박한 점을 감안해 기한을 더 짧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사실상 강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야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전 3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미루며 의원총회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폭거이자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규정하며 “의혹도 제대로 해명 안된 상태에서 임명한다면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강경화 후보자도 오늘이 지나면 임명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총에선 "당장 거리로 나가자"," 문재인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자"는 장외투쟁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당도 강경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후보자는 도덕적 흠결, 업무 능력, 자질 등을 종합할때 국민 눈높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임명을 강행하면 앞으로 정부와 여당과의 협력에 응할 수 없다. 강한 야당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추경안과 관련해도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공공부문을 비대화하면 민간 일자리가 위축되고 민간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한 손으로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또 한 손으로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지금 야당에게 비판없이 그대로 따라달라는 거냐.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했다. 야3당이 한꺼번에 돌아설 경우 이달 중 추경안 처리는 사실상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도 마찬가지다.

그간 ‘협치’를 강조하며 야당 설득에 방점을 뒀던 더불어민주당도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에 반대한다’는 합의를 했다"며 "새 정부 들어 야 3당이 한 첫 협의가 겨우 일자리 추경 반대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야당은 청문회 후보자끼리 패키지로 엮다가 추경을 엮고, 또 정부조직법을 엮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끼리, 정당 간의 협치만이 아니라 국민과의 협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박성훈ㆍ채윤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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