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인도 국방장관 대담…경제에서 외교안보로 발전하는 양국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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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과 인도의 아룬 제이틀리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전통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한ㆍ인도 국방장관 대담을 열었다. [사진 국방부]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과 인도의 아룬 제이틀리 국방부 장관이 14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전통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한ㆍ인도 국방장관 대담을 열었다. [사진 국방부]

한국-인도간 협력 관계가 경제 분야에서 외교안보 분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아룬 제이틀리 인도 국방부 장관이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국방장관 대담을 했다고 국방부가 12일 밝혔다.

이번 대담은 재무장관을 겸하고 있는 제이틀리 장관이 오는 16~17일 제주 AIIB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면서 이뤄졌다. 양국 국방장관간 대담은 2015년 4월 이후 2년 만이다. 대담은 사전 의제가 정해진 회담과 달리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외교적 만남이다.

한 장관은 제이들리 장관에게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안보정세를 설명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인도가 지속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양국간 군사교육 교류를 늘리면서 해양안보ㆍ방산 분야의 협력을 활성화하자는 데 두 장관이 뜻을 모았다.

인도가 자국에서 처음으로 건조한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사진 인도국방부]

인도가 자국에서 처음으로 건조한 항공모함 INS 비크란트. [사진 인도국방부]

인도는 6ㆍ25 전쟁 때 의료단을 보냈고 한국과는 1934년 수교했다. 이후 양국의 교류는 주로 경제ㆍ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해졌고, 최근 외교안보 협력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양국은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맺으면서 양국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상향됐다. 인도는 지난 4월 한국산 자주포인 K-9 100문을 6억 4600만 달러에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또 한국 방사청과 인도 방위산업부는 전투함정 건조 등 방위산업 협력 앙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와 같은 양국간 외교안보 협력의 연장선 상에서 올 하반기엔 한ㆍ인도 외교ㆍ국방 2+2 차관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조충제 연구위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한국으로선 다양한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이 생겼다“면서 ”인도는 그 대안의 하나가 될 국가“라고 설명했다.

1962년 중국-인도 국경분쟁 당시 중국군에게 투항하는 인도군. [사진 鐵血軍事]

1962년 중국-인도 국경분쟁 당시 중국군에게 투항하는 인도군. [사진 鐵血軍事]

인도는 인도양 지역의 군사 강국이다. 자체적으로 건조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게 3t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력도 갖췄다. 전통적인 비동맹 노선(냉전 시기 미국ㆍ소련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버리고 서방 국가와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미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미국ㆍ일본 해군과 함께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도 벌였다. 조충제 연구위원은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ㆍ일본과 손을 잡게 됐다”면서 “미국과는 현재 준 동맹 상태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인도는 1962년 중국을 상대로 한 국경 분쟁에서 참패를 당했다. 또 중국은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게 최신 무기를 팔았고, 파키스탄 남서부의 과다르 항구에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인도는 또 중국이 유라시아 국가와 직접 연결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자국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양을 침범하는 걸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이른 이야기지만 향후 인도와 합동 군사 훈련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의 해경은 지난해 6월 인도양에서 해적대응ㆍ인명구조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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