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으로 남하하는 가뭄…한달새 저수율 83→5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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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북 김천시 한 논에 김천소방서 소방차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 김천시]

지난 12일 경북 김천시 한 논에 김천소방서 소방차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 김천시]

"경북 의성군은 웬만한 가뭄에도 논물이 마르지 않는데 올해가 가물긴 가물었나 봅니다. 양수기로 물을 끌어다 계속해서 대고 있는데도 논바닥이 갈라집니다." 오랜만에 경북 의성군 고향집을 찾은 최모(33)씨는 동네를 둘러보곤 이렇게 말했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보던 가뭄 상황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경북 저수지 5469곳 저수율 57.3% #올해 강수량 174.4㎜로 평년 절반 #지자체들 가뭄 대응 정책 추진나서

경기·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가뭄이 경북으로 남하하고 있다. 지난달 16일까지만 해도 83.2%를 기록했던 경북 저수지 저수율은 13일 현재 57.3%로 떨어졌다. 약 한 달 만에 저수율이 25.9%포인트가 감소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경북 저수지 5469곳의 저수율은 57.3%로 평년 이맘때 저수율 66.1%보다 8.8%포인트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댐의 경우 청도 운문댐이 37.5%로 가장 낮았고 영천댐 38.4%, 김천 부항댐 39.9% 순으로 적었다.

경북에도 가뭄이 심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강수량 부족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경북에 내린 강수량은 174.4㎜로 전년 동기 319.7㎜, 평년 동기 328.2㎜보다 2배 가까이 적은 실정이다. 한동안 이렇다 할 비소식도 없다. 기상청은 오는 23일까지 대구·경북이 대체로 맑겠고 비가 내리더라도 3~9㎜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방울의 물이 급한 농가를 위해 지자체에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김천시는 소방차 8대를 동원해 농업용수가 부족한 논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14일까지 농업용수가 부족한 농가 현황을 파악해 용수 공급, 관정시설 지원, 양수기 지원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김천시 어모면 구례리 주민 지명규(70)씨는 "소방차가 농업용수를 지원해줘 일단 고비는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포항시는 오천과 청림 일부지역 수계를 변경하고 6개 관정을 가동하는 등 비상대책에 돌입했다. 경주시는 예비비 13억9천만원을 긴급 확보해 농업용수 확보에 나섰다.

김천·의성=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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