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이끌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11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안경환(69)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비(非) 검사 출신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임명한 데 이어 이날 법무부 장관에 역시 검사 경력이 없는 안 후보자를 발탁했다. 검찰 개혁을 이끌 청와대와 정부의 컨트롤타워 모두를 한국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그래서 안 후보자의 발탁 자체가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안 후보자 기용은)문 대통령의 '법무부 탈검찰화'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청와대가 중시하는 코드는 '인권'이다.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각각 헌법과 형사법을 전공하고 국가인권위에서 일한데다, 문 대통령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만큼 검찰 개혁 과정에서도 인권을 강조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인권위 위상을 파격적으로 올리도록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 위상 강화에 관한 브리핑 도중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안경환 위원장이 국가인권위 정원 축소에 항의하며 임기 중 사퇴했다”면서 과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안 후보자는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정책 전문가로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신파이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한, 검찰개혁의 과제는 구체적으로 들어갈수록 난제중의 난제로 꼽힌다. 검찰조직외에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설립하는 문제나 수사기관간 오랜 기간 다툼을 보이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안 후보자가 풀어야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기수를 중심으로 서열의식이 강한 검찰 인사를 수술하려한다. 이를 교수 출신의 비고시 출신인 안 후보자가 추진할 경우 특유의 조직 논리가 강한 검찰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단 '안경환-조국'이라는 '친정라인'에 검찰개혁을 맡기기로 결심한 양상이다.
문 대통령과 안 후보자의 인연은 13년 3개월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쉬고 있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 대리인을 맡았다. 사상 첫 탄핵심판에서 문 대통령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서울대 법대 학장이던 안 후보자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갔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안 후보자는 회고록에 “‘비중 있는 헌법 교수 중 대통령 편을 들어주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나의 조언을 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처음에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다른 교수들이 요청을 거절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안 후보자와 대화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사이가 됐다. 2012년 대선 때는 안 후보자가 민주당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식적으로 ‘문재인의 사람’으로 데뷔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같은 법학자로서 서울대 법대에서 선후배 교수로 지냈을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에서 위원장과 위원을 함께 일했고,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공통 이력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경남 밀양 ▶부산고ㆍ서울대 법학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석사, 미국 산타클라라대 로스쿨 졸업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국가인권위원장, 공익인권재단 ‘공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