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탄핵 때 손 잡아준 안경환에 손 내민 문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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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이끌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11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안경환(69)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1일 비(非) 검사 출신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임명한 데 이어 이날 법무부 장관에 역시 검사 경력이 없는 안 후보자를 발탁했다. 검찰 개혁을 이끌  청와대와 정부의 컨트롤타워 모두를 한국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채운 것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환 당시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환 당시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그래서 안 후보자의 발탁 자체가 검찰개혁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안 후보자 기용은)문 대통령의 '법무부 탈검찰화'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청와대가 중시하는 코드는 '인권'이다.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각각 헌법과 형사법을 전공하고 국가인권위에서 일한데다, 문 대통령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만큼 검찰 개혁 과정에서도 인권을 강조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인권위 위상을 파격적으로 올리도록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조 수석은 인권위 위상 강화에 관한 브리핑 도중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안경환 위원장이 국가인권위 정원 축소에 항의하며 임기 중 사퇴했다”면서 과거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안 후보자는 저명한 법학자이자 인권정책 전문가로 인권 가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소신파이고,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공약한, 검찰개혁의 과제는 구체적으로 들어갈수록 난제중의 난제로 꼽힌다. 검찰조직외에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설립하는 문제나 수사기관간 오랜 기간 다툼을 보이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안 후보자가 풀어야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기수를 중심으로 서열의식이 강한 검찰 인사를 수술하려한다. 이를 교수 출신의 비고시 출신인 안 후보자가 추진할 경우 특유의 조직 논리가 강한 검찰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단 '안경환-조국'이라는 '친정라인'에 검찰개혁을 맡기기로 결심한 양상이다.

문 대통령과 안 후보자의 인연은 13년 3개월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쉬고 있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 대리인을 맡았다. 사상 첫 탄핵심판에서 문 대통령은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함께 서울대 법대 학장이던 안 후보자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갔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안 후보자는 회고록에 “‘비중 있는 헌법 교수 중 대통령 편을 들어주려는 사람이 없다’면서 나의 조언을 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처음에는 문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지만 다른 교수들이 요청을 거절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안 후보자와 대화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사이가 됐다. 2012년 대선 때는 안 후보자가 민주당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식적으로 ‘문재인의 사람’으로 데뷔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할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같은 법학자로서 서울대 법대에서 선후배 교수로 지냈을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에서 위원장과 위원을 함께 일했고,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공통 이력도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안경환(69) 법무부 장관 후보자=▶경남 밀양 ▶부산고ㆍ서울대 법학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석사, 미국 산타클라라대 로스쿨 졸업 ▶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헌법학회장, 국가인권위원장, 공익인권재단 ‘공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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