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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까지 나선 사드 갈등…외교력 집중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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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추가 배치를 보류하고 1~2년이 걸리는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다음에 결정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긴급회의를 연 것은 워싱턴의 심상치 않은 반발 기류를 보여준다. 이날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트럼프로부터 수사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증언을 한 날이다. 온통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을 트럼프가 직접 나서 사드 대책을 숙의한 것은 미 행정부가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를 드러낸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동맹국인 한국에 헌신하고 있으며 사드가 동맹국 간 결정이었음을 계속 얘기할 것”이라며 “동맹 간 공약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뀐다고 약속을 뒤집을 경우 동맹 신뢰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다.

미 의회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딕 더빈 상원의원이 7일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의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9억2300만 달러의 예산을 다른 데 쓸 수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사드는 김정은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며 조속한 검토와 신속한 배치가 필요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드 및 대북정책과 관련한 양국의 엇박자는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불편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협화음은 국익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동맹국과 불신의 벽을 높이는 것은 물론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어제 긴급회견을 열고 “사드와 관련해 한·미 동맹 차원의 약속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했다. 지금 중요한 일은 미 행정부와 의회를 적극 설득하며 동맹 간 오해를 푸는 일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