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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 대통령 취임 한달…대탕평으로 난맥 뚫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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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한 달은 소통과 개혁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소통을 거부한 전임자와는 달리 국민적 눈높이에 맞춘 행보로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소탈함과 함께 권위적인 본관 집무실 대신 비서들이 일하는 여민관에서 집무를 하는 등 소통 의지를 적극 내보이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광주가 먼저 국민 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하고, 현충일 추념식에서 “애국과 태극기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고 강조하는 등 좌우의 골을 메우고 통합에 앞장서려는 모습도 참신하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현충일 추념식 앞자리에 4부 요인 대신 국가유공자를 배치한 파격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탈권위 소통으로 역대 최고 지지율 # 검찰·국방·경제 개혁엔 무리한 점도 # 탕평인사만이 통합과 개혁 가능케

연이은 인사 잡음에도 불구하고 80%대의 높은 지지율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처럼 권위주의를 탈피한 낮은 자세의 행보 덕분일 것이다. 대선 때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감성적 소통 측면 외에 개혁적 국정 운영에 있어서는 다소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다. 집권 초반 지지율이 높을 때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지나치게 전선을 넓히고 서두르는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고 누락 사건’은 이를 국방부 개혁의 디딤돌로 삼으려 한 정황을 살필 수 있으나 국방부 정책실장의 문책으로 그치고 오히려 안보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불완전한 모습만 노출하고 말았다.

‘돈봉투 만찬 사건’을 명분으로 삼은 검찰 개혁은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면직시키고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고위 검찰 간부들을 좌천시키는 유례없는 인사로 충격을 주긴 했으나 검찰의 또 다른 줄 세우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 밖에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단축, 통신료 인하 등 경제 분야 개혁 역시 재계를 일방적으로 압박해 가는 ‘점령군’식 행태로 불만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사 난맥상이다. 인수위 활동이 불가능했던 데다 스스로 내세운 ‘5대 공직 배제 기준’에 발목 잡힌 측면도 없지 않으나 한 달이 되도록 총리만 간신히 임명했을 뿐 장관 후보 18명 중 6명밖에 지명하지 못하고 그중에서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외에는 통과가 불투명한 최악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약속한 대로 보다 대담한 탕평인사로 난맥을 뚫어야 한다. 우선 지난 대선 경쟁자나 야당 측을 만나 입각 또는 인재 추천 등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자신을 비판했던 합리적 보수 인사나 정의당 등 좌파 인사들 중 전문성을 고려한 파격 등용도 검토해 볼 만하다. 그래야만 폭넓은 협치를 기대할 수 있고,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으며,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발전적 개혁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