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명시한 제언안, 이달 중 아베에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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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가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플레어(고온의 섬광탄)를 쏘며 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항공자위대 소속 P-3C 초계기가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플레어(고온의 섬광탄)를 쏘며 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방위력 강화 구상을 담은 정부 제언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논리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제언안에는 자위대가) 해외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미사일 방위망을 확대하는 한편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가진 부대를 창설하는 내용이 명기돼 있다”고 9일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자민당은 제언안을 이달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미사일 방위망 확충·사이버 부대 창설 등도 명기" #2019년 시작,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 반영 요구 #순항미사일 거론…미국산으로 즉시 전력화 가능성 #야권 "평화헌법에 위배" 강력히 반발 움직임 #사이버 부대도 헌법에 위배된다는 해석도 #닛케이 "日 정부, 이지스 어쇼어 도입에 무게" #F-35A 추가 도입도 요청…공격력 강화 차원 #"미국의 물밑 지원이 日 군비 강화에 한몫"

문안 작성을 주도한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는 이번 제언을 현재 일본 정부가 검토작업 중인 차기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9~2023년)에 반영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 방위성의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는 구체적인 무기 도입 내용과 소요예산 등이 적시돼 있다.
당초 자민당 내에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현실화된 만큼 내년도까지 예정된 현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의 전함 미주리함(BB-63)이 토마호크 크루즈(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전함 미주리함(BB-63)이 토마호크 크루즈(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자민당은 이번 제언에서 특히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를 시급한 과제로 거론했다.
“곧바로 검토를 개시”하도록 요구하면서 순항(크루즈)미사일 도입을 예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일본이 순항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국내 개발보다는 미국산을 수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곧바로 전력화가 가능한 데다, 미·일 상호방위협력을 끌어올린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위대가 방어무기가 아닌 공격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 등은 전쟁 포기를 못박은 평화헌법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1항), 육·해·공군 전력 보유 금지와 교전권 포기(2항)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역대 정권들은 개헌 없이도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 역시 지난 2월 국회 답변에서 “(공격 능력 보유에 대한) 검토는 늘 있어 왔다”며 같은 입장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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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이 요구한 사이버 공격 능력 확보 역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일본을 공격할 경우 첫 발은 요격미사일로 격추시키고, 두 번째 미사일부터는 발사 원점을 역추적해 사이버 공격으로 무력화시킨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순항미사일 공격이 함께 이뤄지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민당은 현재 일본 방위성에서 운용하고 있는 100명 규모의 ‘사이버 방위대’를 확대 개편해 민간 인재까지 흡수하는 관민 교류 형태의 새로운 전문부대 창설을 제안했다.
일본 내에서는 사이버 공격 능력 역시 방어보다는 공격에 방점이 있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지상 요격형 방어시스템을 도입해 탄도미사일방어(BMD)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현실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와 육상형 SM3 요격미사일(이지스 어쇼어·동영상)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 도입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방위성은 2018년도 예산에서 조사비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사진 록히드마틴]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 [사진 록히드마틴]

제언안에는 항공자위대가 내년부터 배치를 시작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도입 대수 증대 요구도 담겼다.
사실상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스텔스 전투기를 이용해 은밀히 미사일기지와 권력 핵심부에 다가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42기의 F-35A를 도입할 예정이다.

막대한 재원이 뒤따르는 제언안과 관련해 방위비 증대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룰에 묶여 있는 방위비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수준인 2%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포레스트 라이트(Forest Light)' 미일 연합훈련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원이 미 해병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서 강습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지난 3월 일본에서 열린 '포레스트 라이트(Forest Light)' 미일 연합훈련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원이 미 해병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서 강습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병대]

일각에서는 미국의 물밑 지원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해상자위대의 경항공모함 이즈모 등 호위함 2척이 미군의 요청에 따라 일본 남측 해상에서 미 해군 보급함을 방어하는 임무를 처음 수행하는 등 양국의 지역 내 군사 협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미 해병대의 지원을 받아 ‘일본판 해병대’를 늦어도 내년 초까지 창설할 예정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점증하는 북한 위협과 남중국해·동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군비 강화가 미국의 이익과 맞아떨어진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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