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드, 긴급한 사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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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만큼 긴급을 요하는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북, 오래전부터 핵실험 했는데 당장 필요한 건지 의문” #“괌서도 환경평가 23개월” 남은 4기 배치 사실상 보류 #미국과 시각차, 중국엔 ‘철회 가능’ 잘못된 신호 줄 우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며 “사드가 지금 당장 정말 시급하게 설치돼야 할 만한지, 법적인 투명성과 절차를 생략하면서까지 (설치로) 가야 되느냐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시급성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언급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모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미사일 발사대 4기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 진행 중 추가로 배치돼 실전 가동되는 건 어렵다. 괌의 사드 부대 환경영향평가는 23개월 정도 걸렸다”며 사실상 ‘배치 보류’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험운용 중인 성주골프장의 X밴드(AN/TPY-2) 레이더 1대, 발사대 2기에 대해선 “어찌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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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 한국외대(정치외교학) 교수는 “사드에 대해 청와대가 시간 끌기 전략으로 임하다가는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부정하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며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동맹 근간을 위협하고, 중국에 대해선 ‘사드 철회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 기지 면적을 70만㎡로 추산하고도 1차 공여부지를 32만㎡로 낮춰 전략환경영향 평가를 받지 않게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의도적 왜곡 과정이 눈에 띄었다. 해당 부처의 경위 파악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필요에 따라 감사원 쪽에 (감사) 요청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국회 국방위원 경험 때문에 군이 직접 하는 조사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고 전했다. 결국 감사원에 의한 고강도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사드의 국내 배치를 결정한 국방부의 정책 결정 과정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전체를 향할 수도 있다.

한편 총리실은 이날 사드 배치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범부처 합동 TF(팀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를 구성하고 8일 첫 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외교부 1차관, 환경부 차관, 국무조정실 1·2차장 등이 참가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 등 그간 드러난 문제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김포그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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