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없는 설전…외교문제로 비화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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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크 칸 런던 시장(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디크 칸 런던 시장(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두 남자의 설전이 거침없다.

런던 테러 이후 트럼프의 잇딴 트위터에 #사디크 칸 런던 시장 “트럼프의 영국 국빈 방문 취소해야” #이전에도 칸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 서로 ‘으르렁’

칸 시장은 5일(현지시간) 채널4뉴스에 출연해 “올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취소해야 한다”고 영국 정부에 공개 요구했다.
최근 런던 테러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 설전을 벌인 칸 시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작심한듯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것들이 잘못 됐다”며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 반대 주장을 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외국 정상이 국빈 방문시 극진한 대접의 의미로 레드카펫을 깐다.

칸 시장은 그러면서 “(영국과 미국이) 수많은 역경을 함께한 사이라면 상대방이 잘못됐을 때 지적할 수도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은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칸 시장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테러를 자국의 총기 소유 정당성, 반(反)이민 행정명령 당위성에 활용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런던 테러 발생 후 자신의 트위터에 “7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친 테러 공격에 대해 런던 시장은 불안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며 “미국에선 지금 총기 소지 논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그들(테러리스트들)이 칼과 트럭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아가 “법원은 우리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반이민 행정명령을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법원에서 인권침해 이유를 들어 제동을 건 자신의 행정명령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런던 테러를 자신의 정책을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데 활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은 영국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칸 시장의 일부 발언을 발췌해 왜곡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테리사 메이

테리사 메이

칸 시장은 앞서 “런던 시민들은 앞으로 경찰력이 증강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테러 공격에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칸 시장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런던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응대하는 일보다 훨씬 중요한 업무들이 많다”고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색한 변명”이라고 받아치자 칸 시장이 이번엔 그의 국빈 방문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칸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공방에 대해 “칸 시장은 런던 시장으로서 적절한 말을 했고,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슬림 출신인 칸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설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칸 시장은 지난해 5월 선출 당시 미국 대선후보였던 트럼프를 향해 “이슬람에 대한 무식한 견해로 양국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트럼프는 “칸 시장이 지능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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