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건 쓰고 세수하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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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호 19면

Devil’s Advocate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지난 2일 ‘코드K정기예금’ 한정 판매에 나섰다. 4월 3일 문을 연 이후 6번째 내놓은 특판예금이다. 매번 목표 금액인 200억원은 순식간에 채웠다. 시중은행 평균 금리보다 0.6%포인트 높은 연 2% 금리가 인기 비결이다. K뱅크가 고금리를 앞세워 잇달아 특판 예금을 내놓은것은 빠르게 늘어난 대출 규모와 연관이 있다. 5월 말 기준 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예대율)은 93%에 이른다. 한 달 새 약 27%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예대율이 100%를 넘어서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수십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사라진 것도 과도한 조달비용 지출로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K뱅크는 자금도 점차 바닥나고 있는 상태다. 은산(銀産) 분리 규제에 묶여 증자를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출범 예정인 카카오뱅크도 속이 타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망건 쓰고 세수하는 식’의 앞뒤가 바뀐 행정 처리가 문제다. 시범인가 방식으로 인터넷은행부터 도입했는데 은산분리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는 진전이 없으니 매듭은 더욱 꼬여 간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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