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하이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불 질렀다"(2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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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2일 지난 5월 발생한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 참사 원인이 운전 기사의 고의 방화였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새로운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산둥성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버스의 발화 지점은 기사석 뒤쪽 바닥이었으며 연소 잔류물에서 라이터캡과 휘발유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9일 통학버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빈소[웨이하이=신경진 특파원]

지난달 9일 통학버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의 빈소[웨이하이=신경진 특파원]

왕진청(王金城) 산둥성 공안청 부청장은 “운전기사 충웨이쯔가 최근 수당과 야근수당 등 4000위안(66만원) 가량이던 기존 월급이 1500위안(25만원) 줄어든데다 범행 전날 학교에서 해고통보를 받았다”며 “이에 불만을 품은 충씨가 4월 20일 라이터와 휘발유 등을 구입해 차량에 보관한 뒤 당일 방화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왕 부청장은 “터널 내 다른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도로 폐쇄회로TV 등 280여 건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외부 범행이 아닌 탑승한 13명 중 범인 요건을 갖춘 기사가 범인”이라고 단정했다.
지난달 9일 웨이하이 타오쟈쾅 터널을 달리던 중세국제학교 부설 유치원 통학차량에서 불이 나 유치원생 11명과 중국인 운전기사·인솔교사가 숨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중 국적을 포함할 때 숨진 어린이중 10명이 한국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웨이하이 교통사고 수사 결과 발표 현장. [사진 신경진 특파원]

웨이하이 교통사고 수사 결과 발표 현장. 왕스눙(王世農) 산둥성정부 대변인 겸 선전부 부부장, 왕진청(王金城) 산둥성 공안청 부청장,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징타오(靖濤) 산둥성 수사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 신경진 특파원]
웨이하이 교통사고 수사 결과 발표 현장. 왕스눙(王世農) 산둥성정부 대변인 겸 선전부 부부장, 왕진청(王金城) 산둥성 공안청 부청장,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 징타오(靖濤) 산둥성 수사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 신경진 특파원]

하지만 유족들은 석연찮은 점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숨진 이승현(6) 군의 아버지 이찬실씨는 “중국 측이 오늘 차량 왼쪽 앞 운전석 뒤에서 불길이 올라오는 영상을 보여줬지만 실제 사고 현장 동영상은 차량 오른쪽 출입문쪽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족이 설명회 촬영을 할 수 없도록 시계와 휴대폰 소지를 금지한 점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수사 당국이 기사 충씨가 휘발유 통 뚜껑을 여는 장면이라며 보여준 영상은 중국 기사들이 흔히 마시는 차 보온통을 여는 모습일 수 있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현장에서 발견된 라이터 뚜껑이 그을음 없이 은빛 그대로인 점 등을 거론하며 한달 여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치고는 숨진 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끼어맞춘 정황이 다분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강원 주칭다오(靑島) 영사는 “유족의 불만이 심각하다”며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유족들이 납득할 때까지 동영상 등 과학적 방법으로 2차, 3차 설명회를 열어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사건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징타오(靖濤) 공안청 수사국 부국장은 “공안부 톈진 소방연구소, 사법부 과학연구소, 칭다오 형사기술처 등 권위있는 기구에서 감식을 통해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화재 원인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배상과 법적 책임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예리윈(葉立耘) 웨이하이시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시 정부는 배상협조팀을 구성했다”며 “배상은 중국 현행 법률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피해자 가족은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웨이하이=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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