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노·정 연대 강화되며 경영계 배제될까 경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제단체는 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13개 일자리 과제에 대한 사전 검토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가 지난달 30일 조선호텔에서 연 운영위원회에서다. 경단협은 ‘신정부 노동정책 방향’이란 12쪽짜리 자료를 회람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자리·노사관계·경제·복지 정책에 대한 분석이 주 내용이다.

정부 강한 드라이브에 일단 숨죽여 #9월 정기국회 전후 대응 나설 듯

특이한 건 고용노동부가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고용부와 국정기획자문위가 의견충돌을 빚은 내용도 있다.

문건에는 “고용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 공정인사·취업규칙 관련 양대 지침 폐기 등에 대해 수정정책을 제시했다”고 적시했다. 고용부가 그 이유까지 설명했다는 상황을 곁들여서다. 그러나 국정기획자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6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입법이 안 되면 68시간 행정해석 폐기를 주문했다는 설명도 있다. 경영계가 이런 사안까지 파악할 정도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건은 이런 동향을 앞세우고, 신정부의 정책을 논했다. 그러면서 ‘우려’라는 용어도 안 썼지만 ‘협력’이란 단어도 없다. 다만 대응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은 곳곳에 있다. 예컨대 ‘노동계 숙원사업이 노정(노동계와 정부) 간 연대강화 차원에서 추진될 가능성도 상존’이라고 썼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경영계가 배제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셈이다.

문건은 또 “일자리위원회는 6월 말~7월 초경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법안심의는 9월 정기국회 전후 시작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해당 시기에 맞춰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당장은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숨죽이고 있지만, 회원사의 불만을 대변해야 하는 경제단체로선 계속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다. 실제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최근 “고용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장 증설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회원사의 불만을 계속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100일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계 반발했던 안현호 수석 내정 철회=청와대는 1일 안현호 일자리수석비서관 내정을 철회했다. 청와대에서 일한 지 일주일 만이다. 내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는 지식경제부 차관과 대한무역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재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반발해 왔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노동계에 백기투항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