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하나만 낳아도 국민연금 가입 기간 1년 더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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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복지 공약 이행 방안 초안이 나왔다.

대통령 복지공약 이행 초안 보니 #내년부터 출산·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 노인 가구, 부양의무제 폐지 #11조 이상 추가 복지 재원 필요 #“재정 고려해 우선순위 조정해야”

문 대통령 복지 공약의 핵심은 ▶기초연금 인상 ▶의학적 필요성 있는 비보험 진료의 건강보험 적용 ▶진료비 100만원 상한제 ▶기초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제도 단계적 폐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이다. 대부분이 대선 당시 4명의 야당 후보들도 공약한 것이어서 정치적 논란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재원 마련이 이행의 관건이다.

◇의료비 부담 경감

지금은 4인실 이상 다인실 병실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1~3인실은 보험이 안 돼 환자가 거의 전액을 부담한다. 정부는 3인실은 내년에, 2인실은 2019년에 건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인실은 산모·성폭력피해자·인공호흡기 부착환자 등에 한해 2020년부터 건보를 적용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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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2인실의 경우 고대구로병원이 25만원(6인실 수가 5만6000원을 뺀 금액), 국립정신보건센터가 2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수가가 얼마로 정해질지, 그 수가의 얼마를 건보가 담당할지에 따라 환자 부담이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절반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진료(선택진료비)도 내년 중에 폐지된다.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치료·검사·재료·약 등이 모두 건강보험 대상으로 전환된다. 보험이 안 되는 초음파·MRI 검사와 호흡용 회로 같은 치료재료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 이들은 수가의 50%와 80%를 환자가 부담하는 선별급여를 적용한다.

환자 당 한해 건강보험 진료비 부담을 121만~506만원으로 제한하는 본인부담금 상한제도 달라진다. 내년 중 건보료 10분위 중 5분위 이하는 각각 20만원 씩을 낮춘다. 1분위는 121만원에서 101만원으로, 4~5분위는 202만원에서 182만원이 된다. 2020년엔 소득의 일정 비율(10% 예상)로 기준이 바뀐다.

또 소득의 20~40%를 병원비로 내는 재난적 비용이 발생하는 가구에 최고 2000만원을 지원하되, 대상 질환을 암·심장병·뇌질환 등 4개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한다.

◇기초연금·국민연금 지원 확대

정부는 내년 4월 기초연금을 현행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보고했다. 또 내년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서 가입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균등하게 지급한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디트'도 확대한다. 지금은 둘째 아이부터 부모에게 12~50개월을 더 얹어준다. 내년 중에는 첫째 아이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병역 의무를 이행한 현역병·공익근무요원에게 6개월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얹어주는데 내년 중 전 복무기간으로 확대한다.

또 경력단절여성이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할 때 최소 월 8만91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약 절반 가까이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초수급자의 부양의무자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우선 내년 중 지침을 바꿔 부양의무자 가구에 저소득 노인·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부터 폐지한다. 해당자 20만명 중 재산이 많은 사람은 제외할 예정이다. 다음 단계로 부양의무자의 재산 기준 완화, 주거급여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에 연 평균 4조 6000억원 ▶본인부담금 상한제 확대에 2850억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1500억원 ▶비보험 진료비 건보적용에 3조4700억원 ▶부양의무자 폐지에 2조7500억원 ▶국민연금 지원확대 4800억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순위 조정해야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양의무제 폐지는 소외 계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는 게 옳다. 자기 세대의 문제는 그 세대 내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병들이 군에서 고생하는 만큼 크레디트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정책은 재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방정식을 푸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보료·연금보험료·세금 인상 등의 세부적인 재원 조달 계획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윤석명 박사는 "지금의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 소득 하위 70%에 30만원씩 주기보단 하위 30%나 50%에 연금과 바우처를 지급해 빈곤 탈출을 돕는 게 낫다"고 지적헀다. 김원식 교수는 "복지는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공약을 합쳐 보면 돈이 보통 많이 들어가는게 아니다.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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