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농민들 속타는데 해외연수 떠난 지방의회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물 걱정’에 한숨 쉬는 가운데 지방의회가 해외연수를 떠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29일 이완섭 서산시장(왼쪽)이 가뭄 피해를 둘러보기 위해 서산을 방문한 농협 관계자들과 농가를 두러보고 있다. [사진 서산시]

지난 29일 이완섭 서산시장(왼쪽)이 가뭄 피해를 둘러보기 위해 서산을 방문한 농협 관계자들과 농가를 두러보고 있다. [사진 서산시]

31일 충남 서산시의회에 따르면 우종재(70) 의장 등 시의원 8명과 의회사무국 직원 6명 등 14명이 지난 29일부터 4박6일간의 일정으로 해외연수에 나섰다.

충남 서산시의회, 4박6일간 싱가포르·말레이시아로 떠나 #주민들 "농민들 마음 헤아렸다면 가서는 안됐다"고 비난 #의회 측 "한차례 연기됐던 일로 위약금 물어야 한다" 해명

이들은 연수기간 싱가포르 국립수자원공사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 의회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수비용은 의원 1인당 230만원으로 전체 예산은 3000만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산지역은 가뭄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해 마늘과 양파밭이 메말라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충남 서북부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대산산업단지는 공업용수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 중순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2015년에 이어 서산을 비롯한 충남 서북부지역에 ‘제한급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서산지역 주민들은 “저수지는 바닥이 드러났고 농작물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다”며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났다니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산시의회 내부에서는 연수 출발 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해당 국가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 위약금도 문제가 된다”는 이유로 연수를 강행했다.

서산시의회 관계자는 “애초 지난 2월 연수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당시 구제역과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연기가 된 것”이라며 “중간에 대선이 있었고 다음 달 행정사무감사가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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