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경화 위장전입한 집, 이화학원이 관리하던 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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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이화여고 전학을 위해 위장전입한 주소지는 법인 차원에서 관리하는 사실상의 관사였다.

전입 당시 교장 등 관계자 설명 #“이화외고 원어민 교사 위한 숙소” #서울교육청 “부정 있었는지 볼 것”

강 후보자의 장녀가 위장전입한 2000년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었던 정모씨는 30일 통화에서 “(위장전입한 정동아파트 502호는) 이화외고가 원어민 교사를 위해 빌린 임시숙소로 안다”며 “여고와 외고는 경영이 분리돼 있어 여고가 위장전입을 하게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강 후보자의 은사였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해당 주소지를 소개해 줬다”며 언급한 은사는 자신이 아니라고 했다. 정씨는 “전학 과정은 전혀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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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호는 1994년 11월부터 당시 이화여고와 이화외고 교장을 겸했던 심모씨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됐다. 심씨 명의의 전세는 2008년까지 유지됐다. 이후에는 이화학원이 2010년까지 전세권을 갖고 있었다. 이화외고 관계자는 “그 부분은 법인 차원에서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이화학원은 "심씨 퇴임 이후에도 다음 교장 명의로 바뀌지 않아서 2008년 법인 명의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화외고가 94년 심씨 명의로 전세를 들 때 낸 전세금은 4000만원, 이화학원이 2008년 낸 전세금은 9500만원이다. 결과적으로 강 후보자는 은사와의 인맥을 활용해 학교가 공금으로 빌린 관사에 장녀를 위장전입시킨 셈이 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강남 8학군이 아니라 어머니가 다니던 학교로 가고 싶었던 것으로, 위장전입자 배제 원칙을 적용하려면 다양한 경우에 맞춰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는 자립형사립고 도입이 예고돼 이화여고의 인기도 뛰던 때였다. 정부가 2000년 7월 자사고를 2002년부터 시범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선정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그때 이화여고 주변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위장전입 알선을 많이 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사로 쓰던 곳에 특정인이 위장전입한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청 측은 이날 “부정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 때) 누가 사는지,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2000년 7월 장녀와 함께 주소지를 옮기며 본인이 세대주로 전입했다. 당시엔 인터넷으로 세대주 변경을 할 수 없었고 전 세대주의 도장과 신분증 등을 갖고 동사무소를 방문해야 했다. 그래서 소유, 전세 관계 등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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