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혈압 강하, 면역력 향상 효과 있는데 기능성 표기 못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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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 쌀’의 하소연 

국내에서 개발된 기능성 쌀인 ‘가바 쌀’. 가바 쌀은 뇌세포를 구성하는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Gamma Aminobutyric Acid)가 일반 현미보다 7~8배나 많다(표 참조). 두뇌 활동을 도우면서 대사증후군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능성을 제품에 표시할 수 없어 정작 가바 쌀이 필요한 소비자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한 가바 쌀을 1인칭 화자로 설정해 가바 쌀의 항변을 풀어봤다

나는 가바 쌀입니다. 나를 그냥 쌀로 보면 억울해요. 기능성 쌀이에요. 나를 먹으면 집중력·기억력이 향상되고요. 뇌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두뇌 활동을 돕고 콜레스테롤도 개선할 수 있답니다. 혈압도 낮출 수 있어요. 고혈압·당뇨병이 나를 무서워하는 이유예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데에도 자신있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나를 들었다 내려놓는 사람이 많아요. 한결같이 ‘가바 쌀이 뭐지? 어디에 좋은지 모르겠네’라는 멘트와 함께 ‘손님둥절’의 표정을 짓고 떠나요. 하지만 친구 녀석들(일반 쌀)은 손님에게 인기가 많죠. 오늘은 홀로 진열대에 누워 눈물을 흘렸죠. 고개를 돌려 거울을 봤어요. 그런데 거울 속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바 쌀이 어디에 좋은지 내 옷(포장지)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나를 거두러 온 주인님(기업)이 이렇게 고백하더군요. 혹여 식품위생법이나 표시광고법 같은 관련 법에 저촉될까 봐 기능성을 차마 쓰지 못했다고요.

한국에선 제품 포장지에 기능성을 표시했다간 자칫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어요. 어쩌면 좋죠. 날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방법이 없는 걸까요. 그래도 누가 내 옷에 글귀를 써주면 좋겠어요. 매일같이 먹는 쌀밥인데 기왕이면 날 더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내 기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기능성 표시·광고 범위가 명확해진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헌신하겠어요. 어디 도와주실 분 없나요.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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