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대구대공원 개발 놓고 시-지자체 ‘동상이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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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시 수성구 대구 스타디움 인근으로 가다보면 187만9000여㎡(57만여평) 크기의 자연 녹지가 나온다. 도시 계획상으론 1993년부터 공원 부지로 지정된 곳이다. 국가와 대구시 땅, 개인 소유 토지(83%)로 구성돼 있다.

대구대공원 기본구상안.[사진 대구시]

대구대공원 기본구상안.[사진 대구시]

그런데 20년 넘게 공원으로 개발되지 않아 현재 자연 녹지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2022년까지 이 상태로 두면 공원 부지는 자동 해제(도시계획 일몰제)된다. 대구 수성구의 ‘금싸라기 땅’인 대구대공원 부지 이야기다.

권영진 시장, 공영개발 계획 발표 #동물원 이전, 공동주택 건설 계획 #부지 소재 수성구 “민간 개발하자” #시민단체 “주택시장 왜곡 우려돼”

이 대구대공원 부지 개발을 놓고 대구시와 지자체, 시민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부지 개발 방식과 1조원 이상 드는 개발 사업 내용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대구대공원 부지 개발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건설업체 같은 민간에서 이 부지를 개발하면 환경보전 가치가 높은 1·2등급 부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대구시가 주관해서 대구대공원 부지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개발 이익을 민간이 아닌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시 주관 개발을 결정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늘에서 찍은 대구 대공원 부지의 모습. [사진 대구시]

하늘에서 찍은 대구 대공원 부지의 모습. [사진 대구시]

권 시장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대구대공원 부지의 최종 개발 완료 시점은 2022년, 부지 매입은 2019년부터 시작한다고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당장 달성군이 반발하고 나섰다. 달성군은 민간추진위원회와 함께 달성군 하빈면에 동물원이 있는 달성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달성군의회는 동물원 대구대공원 이전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달성군 한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대구시청을 찾아 대구대공원 개발계획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달성군 하빈면은 낙후돼 있다. 교도소까지 유치하면 거기에 따른 혜택을 주지 않겠느냐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교도소 이전을 허락했는데 당초 계획대로 (대구대공원 개발을) 한다고 하니 주민들의 실망이 크다”고 입장을 전했다.

대구대공원 부지 개발 계획에는 대구시 수성구 도심과 대구대공원 부지를 연결하는 유료도로인 범안로를 무료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두고 달서구에선 지역 불균형 개발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달서구에서 수성구로 가기 위해 유료 도로인 앞산터널로를 이용하는 달서구쪽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주민 박모(61·달서구 도원동)씨는 “대구 스타디움 등 수성구로 갈 일이 많은데 달서구와 달성군 주민들은 (앞산터널로를 이용하면서) 항상 돈을 내야하는 불합리한 행정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 대공원개발계획안

대구 대공원개발계획안

대구대공원 부지가 들어있는 수성구청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노골적으로 대구시에 불만이 드러내고 있다. 당초 민간 개발을 계속 제안해왔는데, 대구시가 대구도시공사를 통해 공영개발을 하겠다고 결정하면서다. 수성구청은 대구시의 공영개발이 (자신들의) 제안 사업과 거의 유사한 것, 즉 복사판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인 대구 경실련도 성명을 내고 3000여 가구의 아파트 개발에 대해 자연녹지를 훼손하며 지역 주택시장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논란이 가열되고 있지만 대구시는 개발 계획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한 간부 공무원은 “동물원 이전, 범안로 무료, 자연환경 훼손 등 갈등과 불만이 나오지만 이미 진지하게 검토해 발표한 개발 사업이다. 협의하고 설득해가며 사업은 변함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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