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비리' 의혹 벗고 고려대 사령탑 복귀한 이민형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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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비리' 의혹의 오명을 벗고 지난 16일 고려대 농구부 사령탑 복귀가 확정된 이민형 감독. [중앙포토]

'입시 비리' 의혹의 오명을 벗고 지난 16일 고려대 농구부 사령탑 복귀가 확정된 이민형 감독. [중앙포토]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졌다가, 다시 원상복귀되기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입시 비리' 의혹의 오명을 벗고 지난 16일 고려대 농구부 사령탑에 복귀한 이민형(52) 감독 얘기다.

2015년 12월 중앙일보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고려대 농구팀의 입학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고려대 농구팀 관계자 5~6명이 2013년부터 3년 간 학부모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고 학생들을 부정 입학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수사 내용은 사실이었다. 기사가 나간 뒤 다른 언론들도 이 를 다뤘고 화살은 자연스럽게 이 감독에게로 쏠렸다. 그해 학교는 이 감독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1년여의 경찰 조사 기간 동안 이 감독을 비롯해 그의 모든 지인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경찰은 끝내 이 감독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입시 비리를 입증하지 못한 경찰은 이 감독 계좌로 들어온 한국농구연맹(KBL) 지원금을 그가 개인적으로 착복했다고 보고 이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서울남부지검은 이 감독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상흔은 남았다. 이 감독은 18일 "수사 결과가 온전히 나오기까지 두문불출하며 지인들도 잘 만나지 않았다. 경찰 조사가 길어질수록 주위 사람들이 하나씩 등을 돌리는 게 느껴져 괴로울 때도 있었다. 언론과 경찰에 받은 상처가 쉽게 가실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지냈나.
"설명할 수 없을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다. 기사를 통해 내가 처음 경찰의 수사 대상이라는 걸 알았는데 황당했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조차 너무 오래 걸렸다. 그동안 아무 혐의 없는 학부모들이 경찰에 줄줄이 소환됐고 처가댁 계좌까지 오픈됐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창피하고 미안했다."

-억울한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억울해도 수사 중이라는데 어떡하겠나. 기다렸다. 보다시피 경찰이 거의 100여 개 넘는 계좌들을 뒤졌는데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냥 불기소 의견으로 보내면 될 것을, 이번엔 또 내 감독 통장으로 들어온 KBL의 지원금을 문제 삼더라. 이건 원래부터 KBL이 보상금 조로 감독에게 보내는 돈인데….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제 혐의를 모두 벗었다.
"혐의는 벗었지만 상처가 남았다. 그건 누구도 보상해주지 못할 것이다. '리그 3연패 달성', '올해의 감독상' 등 그동안 내가 쌓아온 명예 또한 한 순간에 무너졌었다. 그래도 무혐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가족들의 격려가 유일한 위안이었는데 요즘엔 주위 사람들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는 위로를 많이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복귀 후 첫 대학농구 리그 경기가 오는 30일 조선대와 있다. 어렵게 돌아온만큼 내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면서 다시 일상을 회복해나가고 싶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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