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북 핵실험 중단 성의 보이면 대화 분위기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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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핵실험 등 전면 중단을 전제로 북한과 대화할 뜻을 밝혔다. 왼쪽부터 벳쇼 고로 유엔 주재 일본대사, 헤일리 대사,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대사. [뉴욕 AF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6일(현지시간)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핵실험 등 전면 중단을 전제로 북한과 대화할 뜻을 밝혔다. 왼쪽부터 벳쇼 고로 유엔 주재 일본대사, 헤일리 대사,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대사. [뉴욕 AFP=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6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 과 여타 실험을 전면 중단할 때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앞두고서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핵개발 전면 중단 땐 대화 용의” #핵 동결 … 폐기, 단계적 해법 시사 #대화 전제조건 완화 미묘한 변화

헤일리 대사의 언급은 두 달 전인 3월 17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방한 중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만 북한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트럼프 정부는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핵 포기’를 명시했는데,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북한이 핵 개발과 각종 실험 중단에 나설 경우 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 개발 중단이라는 의미에는 핵 동결이 포함돼 있다”고 해석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미 북한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정권 교체, 정권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을 넘는 북진 이 네 가지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헤일리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향후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핵 동결에 이은 핵 폐기’라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졌다. 핵 동결을 비핵화의 중간 단계로 놓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은 이미 버락 오바마 정부 말기인 지난해 9월 미국외교협회(CFR)가 정책 제안 보고서로 발표했다. 물론 핵 동결은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동결 대상과 검증 주체·방법 등을 놓고 만만치 않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체제 생존의 수단으로 여기는 만큼 현재로선 먼저 핵 동결, 이어 핵 해체라는 단계적 해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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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헤일리 대사의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유화적으로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처음으로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15일 매슈 포팅어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TF 단장이 확인했듯, 한·미 정상 간 최종 목표는 완전한 북핵 폐기라는 게 공통의 인식”이라며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한 상태에서 (핵 동결을 목표로 대화하자는 게 아니라)핵 동결이 이뤄진다면 대화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성의를 보인다면 대화 분위기는 많이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북 최고 압박 기조는 유지 밝혀

미 행정부 사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핵 동결 자체를 목표로 북·미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것은 오바마 정부가 2012년 합의했다가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폐기된 ‘2·29 합의(북한은 핵·미사일 동결, 미국은 대북 영양지원)’보다 나을 게 없다는 평가가 워싱턴 조야에 많다”며 “오바마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트럼프 행정부는 ‘2·29 합의 플러스 알파(+α)’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헤일리 대사는 북한에 대해 최고의 압박을 지속한다는 기조도 분명히 했다.

헤일리는 국제사회에 “북한을 지원·지지하는 국가들을 공개하고 제재의 타깃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중국과 논의하고 있음도 공개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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