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의 소중한 추억을 ‘성장앨범’에 남기려 했건만…

중앙일보

입력

아기와의 소중한 추억을 ‘성장앨범’에 남기려던 부모 200여 명을 울린 사진관 대표가 8개월 만에 붙잡혔다.  일산동부경찰서는 14일 사기 혐의로 경기도 고양지역 P사진관 대표 신모(37·여)씨를 구속했다. 신씨는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36명으로부터 성장 앨범비 총 1억4000만원을 미리 받아 해외로 달아난 혐의다.

경찰 상징인 참수리 문양. [중앙포토]

경찰 상징인 참수리 문양. [중앙포토]

조사결과 신씨는 ‘성장앨범 제작비를 선불로 주면 다른 사진관보다 30만∼40만원 싸게 해 준다’고 인터넷 등에 홍보했다. 또 만삭부터 백일·돌까지 아기 성장앨범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돈을 받고 사진만 촬영하고 앨범을 제작해 주지 않은 채 인도네시아 발리로 달아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촬영한 사진과 파일을 받지 못했다.

부모 200여 명 울린 사진관 대표 도주 8개월 만에 검거 # “다른 사진관보다 30만∼40만원 싸게 해 준다” 속여

앞서 경찰은 지난해 8월 16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신씨에 대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Red Notice)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신씨는 지난달 친구를 만나려 싱가포르에 갔다가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강제 출국당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신씨를 검거했다.

신씨는 경찰에서 “인도네시아 출국 5일 전 계약서를 작성해 사진관을 양도하고 국외로 나갔다. 성장 앨범 제작비를 가로챌 의도는 없었고 책임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신씨와 계약했던 업체는 법원에 양도 무효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고 한다.

경찰은 신씨가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채무가 생겨 사진관 운영이 어려워지자 성장 앨범비를 가로챌 목적으로 다른 업체보다 싸게 해주겠다고 홍보한 뒤 선불금을 받아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황홍락 일산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서민들을 상대로 한 민생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엄정하게 단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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