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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에르 "먹는 방송 나오면 TV 꺼버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는 "셰프는 기쁨과 감정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했다. 최근 나온 책 『감정의 법칙』에서도 그는 "어린 시절 나의 요리를 먹고 친구들이 기뻐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요리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프랑스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는 "셰프는 기쁨과 감정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했다. 최근 나온 책『감정의 법칙』에서도 그는 "어린 시절 나의 요리를 먹고 친구들이 기뻐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요리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피에르 가니에르(67)는 프랑스 생 테티엔에 열었던 레스토랑에서 1993년 처음으로 미쉘린 3스타를 받았고 매년 '별'을 유지하는 셰프다. 파리의 레스토랑 두 곳을 비롯해 전세계 15개 레스토랑을 이끄는 그는 셰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셰프로 꼽히곤 한다.
가니에르는 서울에 매년 한두차례 들른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때문이다. 이 곳은 7월 1일부터 1년동안 문을 닫는다. 2008년 오픈 후 9년 만의 리노베이션이다. 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지난달 말 한국에 온 가니에르에게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메뉴 개발을 직접 하나?

“되도록 모든 메뉴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게 내 일의 핵심이다.”

어떤 과정으로 메뉴를 만드나?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다. 몸으로 직접하는 일과 머리로 생각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 또 요리사는 감정과 기쁨을 창조해야 한다. 소설을 쓰거나 음악을 작곡할 때처럼 집중해야 하고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내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과정이다.”

사람들이 당신의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것을 느끼기 바라나?

“그저 기쁨이다. ‘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전부다.”

현대인에게 먹는 것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TV엔 먹고 요리하는 장면이 많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먹는다.

“나는 그런 장면의 TV를 꺼버린다. 좋아하지 않는다. 소음이 심하고, 활동이 너무 많다. 음식은 그런 것이 아니다. 조용한 것이다. 기쁨 그 자체다.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친구나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음식이다. TV쇼에서는 너무 빠르다. 좋은 음식은 천천히 준비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책을 보면 요리하면서도 맛을 거의 보지 않고, 먹는 것 자체를 크게 즐기지 않는다고 나온다.

“먹는 건 좋아한다. 과한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과한 것은 위험하다. 기쁨을 잃어버리게 된다. 와인을 좋아하지만 밤새 마실 수는 없다.”

개인적인 시간에는 뭘 먹는가.

“계절과 장소에 가장 적합한 것을 먹는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바쁜지 한가한지에 따라서 다르다. 다만 너무 과하게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먹는 기쁨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계적인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날 가니에르는 청바지에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왔다. 총괄셰프 프레데릭 에리에와 한국인 셰프들이 바빠졌다. 가니에르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체크했다. 빵 냄새를 맡아보고 올리브 한 두알을 입에 넣었다. 장성호 조리장이 내민 명이나물을 세심하게 살펴보기도 했다.
서울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의 메뉴는 한달에 한번 바뀐다. 가니에르가 메뉴를 짜서 서울 팀에 보내고, 사진을 찍어 디스플레이까지 알려준다. 서울의 셰프들은 가니에르가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 식재료를 제안하고 아이디어를 낸다. 홍삼 진액을 발라 구운 돼지고기, 두릅 등 한국의 봄채소를 이용한 ‘오마주 아 서울’과 같은 요리가 이렇게 나왔다.
주방에서 조리과정을 설명해주는 가니에르는 시종일관 “기품있고(elegant) 평온한(quiet) 요리”를 강조했다. 물론 그 기준은 높다. 장성호 조리장은 “일년에 한 두번 서울의 주방에 오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 ‘엎어버린다’”고 했다.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 한 내년 8월 1일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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