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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여기자] 손연재가 '돈키호테' 발레를 택한 이유, 뭘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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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인사 드립니다. 사실, 발레 ‘배우는’ 여기자가 더 정확합니다. 각설하고, 여러분. 봄입니다. 그래서, 연애 얘기를 준비했습니다. 발레와 연애의 콜라보. 시작합니다. 중앙일보 문화부의 인기콘텐트인 ‘연애를 OO로 배웠네’에 대한 오마주로, 이렇게 불러보겠습니다. 연애를 발레로 배웠네.

이 코너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제 소개는 여기에서 보시면 됩니다. 제가 발레로 9㎏ 감량하고 키는 1cm 큰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대인배 ‘김슨생’(김연아느님)과의 일화와 함께. 클릭, 안 하실 수 없겠죠?
http:www.joongang.co.kr/article/215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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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작합니다.

발레는 사랑하지만 고전 발레 작품들의 여성 캐릭터들은 솔직히, 답답하다. ‘백조의 호수’의 청순가련 오데뜨부터 ‘지젤’의 더더욱 청순가련 지젤까지. 어쩌면 그리 한 남자밖에 모르고 순애보를 자기 홀로 불태우다 스스로 죽음까지 맞이하는지. 좀 살아본(몇 살인지는 비밀) 독한 언니인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고, 이해하기도 사실, 싫다.

국립발레단-지젤

국립발레단-지젤

물론, 청순가련 캐릭터가 주인공인데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 드라마가 되고, 그래야만 아름다운 발레리나들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니까. 울고 불고 배신당하고 그럼에도 순애보를 지켜줘야 드라마가 산다.

이렇게 말이다. 사진과 영상 속 주인공은 개인적으로 ‘여신’으로 모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작품은 ‘오네긴’이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줄거리는 이렇다.

“자유분방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무구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드라마 발레.”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 '오네긴'에서 주역을 맡은 강수진(右)이 감성적인 몸짓으로 열연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대표작 '오네긴'에서 주역을 맡은 강수진(右)이 감성적인 몸짓으로 열연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은 반드시 비극일 필요가 없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 ‘라임라이트’(전성기가 지난 발레리나가 주인공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야.”

이왕 이럴 거, 뭣하러 징징짜는 연애만 할 것인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된통 버림도 받아봐야 (남녀불문) 제대로 된 인간으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만큼 좋은 게 어디있나. 물론, 미혼인 경우에 한해서다. 노희경 작가도 말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하지만 모든 발레 캐릭터가 다 이런 허당 청순가련형은 아니다. 우리의 멘토가 되어줄 캐릭터 둘을 소개한다.

먼저, 발레 ‘돈키호테’의 여주인공. 이름도 예쁘다. 키트리. 발레와 소설 ‘돈키호테’는 사실 별개의 작품이라고 봐야 옳다. 발레의 큰 줄거리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싱글녀인 키트리와 그 이웃마을에서 가장 잘생긴 싱글남 바질이 서로에게 연애를 ‘거는’ 얘기다.

발레공연 '돈키호테'. [사진제공=최시내]

발레공연 '돈키호테'. [사진제공=최시내]

그런데, 예쁜데다가 발칙하기까지 하다. 키트리 얘기다. 바질의 마음을 끌기 위해 온갖 밀당은 다 한다.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있는 척도 하다가, 그러다 바질이 “흥”하며 다른 여자에게 작업을 걸자(이건 바질의 밀당 기술이다) 쪼르르 브레브레로 걸어와 어깨를 툭툭 친다. 1896년에 러시아 황실에서 초연된 이후 버전에 따라 살짝 다르긴 하지만, 다음 영상에서 맛보기를 할 수 있다. 러시아의 여신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무대다.

https://www.youtube.com/watch?v=VOIZyYbidAU

은퇴했지만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도 키트리를 테마로 무대를 꾸민 적이 있다. 아래 사진을 보시라. 이 얼마나 당당하고 아름다운지.

2013.6.16.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3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감" 리듬체조 갈라쇼가 1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손연재가 발레 돈키호테를 연기하고 있다.

2013.6.16.LG휘센 리드믹 올스타즈 2013 "사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감" 리듬체조 갈라쇼가 1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손연재가 발레 돈키호테를 연기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가 신분 차이 때문에 자기를 버린 뒤, 그 충격으로 죽기까지 한 뒤, 그걸로도 모자라 그 남자를 용서 못 하겠다는 처녀귀신 언니들(실제 이름은 ‘윌리’)에게 “이 남자 살려주세요”라고 애걸복걸까지 하는 세상답답한 캐릭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자 이제 두 번째 연애 멘토 발레 캐릭터. 바로 그 유명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오딜이다.

영화 ‘블랙 스완’을 보셨는지. 백조와 흑조를 모두 연기해야 하는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모범생이다. 그런 그는 흑조 역할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엄격하기 이를데 없는 발레단장, 토마스 르로이(뱅상 카셀)는 니나의 연습 장면을 보며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지그프리트 역할을 하는 발레리노(후에 포트만과 실제로 결혼했다)에게.

“야, 너 이 여자랑 사귀고 싶냐?”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 발레 장면의 일부분은 새라 레인이 대역을 했다.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 발레 장면의 일부분은 새라 레인이 대역을 했다.

고백하지만, 원래는 이보다 더 농밀한 내용이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품격을 생각해 순화했다. 결국, 오딜=사귀고 싶은 여자인데, 그걸 니나가 소화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영화 ` 블랙 스완 `에 출연한 배우 내털리 포트먼 .

영화 ` 블랙 스완 `에 출연한 배우 내털리 포트먼 .

오딜이 어떤 캐릭터인가. 오데뜨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마음이 들뜬 왕자(얼굴 잘생긴 바보 캐릭터다) 지그프리트의 혼을 쏙 빼놓는 캐릭터다. 지그프리트는 오딜과 오데뜨를 착각하고, 자신에게 작업을 거는(이 2인무, 즉 ‘파드되(pas de deux)’는 발레 최고 장면 중 하나다) 오딜에게 청혼한다.

결국 각고의 노력과 일종의 정신질환까지 앓으며 오딜 역을 소화해낸 니나. 마지막 대사를 기억하시는지. 피가 철철 흐르는데 그는 행복에 만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I was perfect.”  

한 순간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위해 인생을 거는 존재.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다음 회는 발레리노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다음 사진은 맛보기. 국립발레단의 이재우 발레리노님께서 협조해주셨다.

그럼, 다음주에도 다시 클릭해주시길. 제발.

국립발레단 이재우 발레리노의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코너 응원 메시지!

국립발레단 이재우 발레리노의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코너 응원 메시지!

ballerina1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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