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드비용 1조원 청구할 것" 보도 원문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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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의 사드 비용을 전가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22일 백악관에 진행했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다. 국내 다수의 언론은 로이터의 기사를 인용해 “한국에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청구할 것이며 끔찍한 한ㆍ미 무역협정도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사드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다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사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사드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다뤘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사진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보도에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의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He also said he wanted South Korea to pay the cost of the U.S. THAAD anti-missile defense system, which he estimated at $1 billion.”

기사를 정확하게 해석해 보면 “사드 체계의 비용을 한국이 지불하기를 원하는데, 사드 체계(1개 포대) 가격은 10억 달러로 추산된다”로 볼 수 있다. 국내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과 상당한 차이가 발견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에게 10억 달러(1조 원)를 청구하겠다는 말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국내 언론에 나온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며 “또한, 트럼프가 사드체계 자체의 비용과 운용비용을 혼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사드비용을 한국에 부담하라고 요구한다고 해도 실제 실현은 어렵다. 한국에 들여온 사드는 이미 미 국방부에서 구매해서 운용하던 것을 배치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구매한 새로운 무기도 아닌데 비용을 부담하라고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차 연구위원은 “설사 비용을 전가하려고 해도 SOFA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주둔비 인상을 요구한다면 운용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6일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체계의 장비가 성주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 병력 80개 중대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차단하며 통로를 확보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26일 주한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체계의 장비가 성주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경찰 병력 80개 중대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차단하며 통로를 확보했다. [사진 프리랜서 공정식]

기사를 자세히 보면 트럼프가 사드체계만 두고 발언한 것도 아니었다. 로이터는 미국이 한국과 무역을 하면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전했다. 따라서 무역협정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국이 손해 본다고 말했다. 또한,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올리겠다는 발언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가 사드를 거론하며 동시에 무역협정을 말했던 의도를 봐야한다”며 “주둔비 협상에 나서기 전에 기선제압을 의도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한국에 10억 달러 전부를 청구한다고 그대로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그의 발언은 한ㆍ미 무역관계와 주둔비 협상 등의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정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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