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은 복마전? … 군수도 구속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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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구 6만9000여명의 함안군이 요즘 시끄럽다. 지난달 군수 비서실장을 시작으로 기업인과 상공회의소 회장 등 5명이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군수마저 구속 위기에 있어서다. 전형적인 지역 ‘토호세력’의 비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차정섭 군수, 뇌물수수 혐의 받아 #비서실장, 기업 청탁 대가 전달 의혹 #지역 기업인, 상의회장 등 5명 구속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차정섭(66) 함안군수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구속 여부는 26일 영장실질심사 뒤 결정된다.

차 군수는 올해 초 함안상의 이모(71·구속) 회장에게서 유현 일반산업단지 조성 과정에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차례 경찰 조사를 받은 차 군수는 “빌린 돈”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고 한다.

경찰은 앞서 구속한 군수 비서실장 우모(46·군수 선거캠프 홍보담당 출신)씨가 관내 기업인 등 3명에게서 4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다 이 회장이 차 군수에게 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우 실장은 A기업 대표(54·구속)에게서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영동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원활한 진행 등 청탁 대가로 8차례 7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기업은 영동산업단지 시행사다. 또 B 장례식장 대표(48·구속)에게서 ‘함안군이 추진하는 종합장례시설이 완공되면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타격을 받으니 차라리 군에서 자신의 장례식장을 인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며 2015년 5월과 2016년 2월 두 차례 1억원씩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군 장례시설이 무산되면서 우 실장은 2016년 7월 2억원을 되돌려줬다.

우 실장은 C 부동산개발업체 대표(56·구속)에게서 2014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7회에 걸쳐 1억2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군이 추진하는 가야 미니복합타운 시행사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였다.

이와 별도로 A기업 부사장(56·구속)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차 군수 캠프에 선거자금 2억원을 지원했다. 당선 뒤 산업단지 개발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하면서다. 그러나 차 군수 당선 뒤 산단개발에 참여하지 못하자 우 실장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해 1억원을 돌려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 실장이 받은 4억원 중 일부가 차 군수에게 흘러갔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얽히고 설킨 토호세력들의 비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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