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선읽기

대선의 마지막 남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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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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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문재인 될까=‘게임 끝’을 선언하기엔 불안하다. 지지율이 40%까지 올랐지만 2012년 대선 때 얻은 48%까지 치고 올라갈 공산은 크지 않다. 심상정(5%)이 버티고 있고, 호남과 진보 일부가 안철수에게 간 상황을 감안하면 문재인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을 최대치로 봐야 한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38~43%가 최종 득표율이 될 수 있다. 홍준표·유승민이 10%대에서 더 치고 오르지 못한다고 가정하면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51% 유권자층이 “문재인만은 막자”는 생각으로 안철수에게 전략적 투표를 한다면 승부는 뒤집어질 수도 있다.

문, 지지율 천장 … 다자구도 유지가 과제 #안, 바른정당 껴안아 재도약 동력 얻어야

현재 안철수 지지율은 39%선에서 30%선까지 빠졌다. 그러나 빠진 9~10%포인트는 문재인에게 가지 않았다. 홍준표와 유승민에게 조금 갔고, 나머지는 ‘지지 후보가 없다’는 관망표로 붕 떠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지지율이 2주 연속 추락했음에도 문재인 지지율은 40%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의 확장성의 한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관망표는 결국은 ①안철수 ②홍준표 ③기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이제 문재인의 남은 전략은 두 가지다. 우선 ‘적폐연대’론으로 대선을 5자 구도로 유지해 40% 득표율로도 손쉽게 승리하는 시나리오다. 또 하나는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해 지지율을 쌓아 가는 것이다. 반문의 선두 박영선을 붙잡고 김덕룡·김현철을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매관매직 논란과 함께 문재인 본인이 ‘적폐연대’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 최측근으로 인사와 국정을 농단하고, 기업에서 돈 받고 탈세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김영삼 정부의 ‘최순실’(김현철)과 손잡았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캠프가 김덕룡을 내세워 추진 중인 ‘통합정부’는 자유한국당까지 연대할 방침이다. ‘국정농단 세력을 뺀 건강한 세력’이란 사족을 달긴 했지만 비박과 손잡는 것조차 ‘박근혜 잔당과의 적폐연대’라던 게 민주당 입장이었다. ‘나통너적(내가 하면 통합, 너는 적폐)’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5자 필승론’도 함정은 있다. 문재인과 홍준표의 ‘브로맨스’다. 안철수를 막기 위해 ‘적폐세력 괴수’ 홍준표를 밀어 주는 모순적 행태다. ‘돼지 흥분제’ 사태가 터지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은 일제히 홍준표를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했지만 민주당만은 입도 뻥긋하지 않다가 “홍준표가 사퇴할까 걱정돼 입 다물었나”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비판성명을 냈다. 그러나 ‘사퇴’는 쏙 빼고 ‘사죄’만 요구했다. 홍준표의 완주는 물론 그가 20% 넘는 지지율을 올려 문재인을 집권시켜 줄 것을 바라는 속내가 드러난다. 앞으로 홍준표가 또 다른 구설에 오르더라도 민주당과 문재인은 이런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눈에 띄는 건 ‘백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 문재인의 집념이다. 그는 범여권 원로를 잡기 위해 한밤중에 그가 저녁을 먹는 식당에 예고 없이 나타나 “모든 정책을 당신과 논의해 할 테니 와달라”고 매달렸다. 원로가 거부하자 한밤중에 집으로 찾아가 몇 시간씩 기다리는가 하면 원로와 친분이 있는 측근들을 잇따라 보내 설득을 이어갔다. 원로는 “정말 집요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②안철수의 살길=영남과 보수 표심을 붙잡는 게 관건이다. 이들은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생각에서 안철수를 밀어줄 생각을 해온 표들이다. 그런데 안보정국과 TV토론에서 안철수가 안정되고 포용적인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자 관망으로 돌아섰다. 안철수 측은 대선 여론조사의 응답률이 15% 선에 불과하고, 4년 반 전 대선에서 ‘나는 보수’라고 했던 응답자들이 이번엔 급감한 점을 들어 대선 당일 ‘샤이 보수’들의 몰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대선 1주일 전 치러질 프랑스 대선에서 의석 하나 없는 소장개혁파 후보 마크롱의 승리 가능성이 큰 상황도 안철수 측은 호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응답률 같은 게 줄어든 게 꼭 안철수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딘정하긴 어렵다. 안철수는 이런 막연한 자기최면 대신 호남과 중도, 합리적 보수층에 희망을 주는 자신만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그는 경선에선 자신을 ‘강철수’로 자리매김하며 떴지만 대선 가도에선 호남과 보수 사이에서 눈치를 봤다. 중도보수 세력을 끌어안는 노력에도 예전처럼 소극적인 태도였다. ‘간철수’로 돌아간 양상이다. 지지층 이탈도 당연하다.

우선 본인의 기반인 호남을 다져 문재인을 앞서거나 타이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안철수만 쳐다보다 지친 보수에게도 메시지를 통해 희망을 줘야 한다. 적어도 탄핵에 찬성한 개혁보수인 바른정당과는 집권 시 연대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공식 표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도보수의 마음을 사 지지율을 올려가면 “될 사람을 밀겠다”는 대구·경북(TK)도 안철수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정치는 이상과 현실의 조화다. 현실감각 없이 보수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