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24일 오후 전남 목포역 앞 광장에 ‘목포의 눈물’이 울려퍼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 이언주ㆍ최경환 의원 등이 지지자들과 함께 열창했다. 부산 출신인 안 후보는 노래가 어색한듯 가사를 일부 놓치기는 했지만 상기된 얼굴에는 호남 민심을 얻어내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목포 50대 "문재인 인기없어 안철수 80% 나올 것" #광주 취업준비생 "문모닝 비난, 호남당 지역주의 싫어" #택시기사 "그동안 한쪽 몰표 이번은 투표장 가봐야"
국민의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지역 의석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3당체제를 만들었다. 전체 호남 의석수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해 가장 많다. 당의 지지기반인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광주·전라지역에서 문 후보가 51.6%의 지지를 얻어 34.2%에 그친 안 후보와 17.4%포인트 격차가 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그러나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의 말은 다르다.
“이미 호남은 안 후보에게 넘어왔다. 호남 사람들은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지금 너무 드러내놓고 지지하면 TK(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 표들이 모이지 않을까봐 막판에 표를 몰아줄거다.”
“내가 볼 때는 6대 4로 우리가 이기고 있다. 오늘도 500명 악수했는데 딱 3명만 악수 안하겠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지지층은 적극적인 사람들이라 여론조사 전화에 응하니까 원래보다 지지율이 높게 보이는거다.”
실제 호남에서 민심의 반응은 어땠을까. 안 후보의 24일 광주ㆍ목포ㆍ나주 일정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20~21일 광주ㆍ광양ㆍ여수 일정을 동행해봤다.
①"IT강국만든 DJ처럼 미래 일자리" 통할까=호남 유세의 핵심 키워드는 ‘제2의 DJ’였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지원 대표의 지역구인 목포에서 두드러졌다.
목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안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IT 강국으로 만들어 20년 먹거리를 마련했듯 저도 우리나라를 혁신의 전쟁터,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며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고 호남 정신”이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도 “김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로 빚을 갚느라고 목포와 전남ㆍ북에 투자를 못해줘서 늘 죄송하게 생각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못한 것을 안철수 대통령이 해줄 것이다. 안 후보야말로 제2의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80, 90% 밀어줬지만 우리에게 해준 것 있느냐”며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환호는 뜨거웠다.
유세 장소에서 좀 벗어나 목포항 근처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박모(54)씨에게 물었다. 내심을 쉽게 밝히지 않아 여러차례 물어본 끝에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긍께 나는 저거…. 목포에서는 문재인이가 인기가 없어요. 혹시나 된다고 생각해보쇼. 전라도 쪽에 콧방귀도 안뀐단께요(안챙겨줄 것이다). 호남에서는 (안 후보가) 80% 이상 나올거예요. 서울이랑 다르당께요.”
목포역 인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순이(57ㆍ여)씨는 고민 중이었다.
“저도 일단 문재인 후보가 별로니까 마음이 (안 후보에게) 더 기울긴 했는데 완전히 딱 정해지지 않았어요. 다들 말이 확정적이지 않아요. 방송 토론회가 많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광주 전남대 유세현장에서 만난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제2의 DJ’, ‘호남당’ 발언이 더 반감을 불러일으키는듯 했다. 취업준비생 김다움(30)씨의 말이다.
“제 주변에 10명 중 7명은 문 후보를 지지합니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 보면서 민주당보다는 안 후보에 대한 실망이 더 컸어요. ‘문모닝(매일 아침 문재인 비판)’처럼 비난만 많이 하는게 별루예요. 지역주의 가지고 장난질하며 ‘국민의당 뒤에 광주 사람이 있다’는 표현도 싫어요. 뒤에는 국민이 있는데….”
젊은층 표심에 토론회는 영향을 미쳤을까. 김씨는 “유승민ㆍ심상정 후보가 잘했지만 그렇다고 그 후보들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송왕근(30)씨도 “토론회는 상관없다. 문 후보의 이미지가 더 깨끗하고, 제일 준비된 후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세대 역시 특별한 공약이나 토론회 발언보다는 이미지에 기반한 표심이었다.
전남대 한 교수(사회과학대)는 “학생들 분위기를 보면 확실히 문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더 많다”며 “젊으니까 진보 성향이기도 하지만 안 후보가 5년 간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②‘호남의 사위’ 통할까=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21일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인사를 하고 떠난 뒤엔 지지 후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는 진보적인 사람잉게 문재인 적극 지지자여. 평화통일 할라믄 문재인이 돼야제.”(염찬수ㆍ84)
“이제 시대가 바뀌어부렀는디 새 시대엔 젊은 사람이 필요하제. 우리가 모르는 분야도 잘 하는 사람(안철수)이 돼야제.”(김영수ㆍ68)
이 자리에 있던 서모(67) 씨는 “광주는 반반이어라”라고 귀띔했다.
김 교수의 고향인 여수 민심도 다르지 않았다. 여수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봉열(74)씨는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아무래도 마누라가 여수 사람잉게 안철수가 되는 게 우리한테는 좋을 것 같은디 확 쏠리지는 않더라고. 대구에서 인기가 많응게 저짝(자유한국당) 사람인가 싶어서….”
광양 5일장에서 만난 이순금(88ㆍ여)씨와 백금자(80ㆍ여)씨도 “누구 찍을지는 모르제~. 인자 투표장 가봐야제. 그날 운이 따르는 사람한티 내 표가 안 가겄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송승훤(55)씨는 “그동안 인구도 적은 전라도 사람들이 (선거 때마다) 대접받은 것은 몰표를 줬기 때문인데 이번 기회로 전라도 사람들은 박살이 날 것이다(대접받기 어렵다). 이번엔 투표장에 가봐야 안다”고 했다.
광주ㆍ목포ㆍ나주·여수ㆍ광양=박유미ㆍ추인영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