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北 넘긴 현물ㆍ현금, 노무현 정부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다”는 문재인의 말, 사실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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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는 역대 정부의 대북 송금액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실랑이를 벌였다.

^홍준표 후보 = “김대중 대통령 시절 북한에 넘어간 돈이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 노무현 대통령 시절 현물하고 현금하고 넘어간 게 통일부 자료를 보면 44억달러(5조원)이다”
^문재인 후보 = “오히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더 많았죠. 확인해 보세요”
^홍준표 후보 = “아니, 그래 줘가지고 북핵이 만들어졌지 않습니까”

과연 문 후보의 주장대로 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북한에 넘어간 현물과 현금이 더 많았을까. 팩트 체크를 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현금ㆍ현물을 제공한 게 노무현 정부 때보다 많았다는 건 거짓이다. 통일부가 20일 본지에 제공한 ‘정부별 대북 송금 및 현물제공 내역’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3년 2월~2008년 2월의 현금ㆍ현물(43억5632만달러)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인 2008년 2월~2016년 2월(23억1372만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 19억7645만 달러,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6년 3월) 3억3727만달러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합쳐도 노무현 정부의 절반 수준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제공된 현금ㆍ현물 제공액이 각 정부마다 차이를 보이는 건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라 분석했다.

내역별로 보면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현금)액은 22억938만달러, 현물제공액은 21억4694만달러였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경우 각각 19억3436만달러, 3억7936만달러였다. 통계상의 대북 송금 내역은 ^개성공단 임금ㆍ통신비 ^금강산 관광 시설이용료, ^교역ㆍ위탁가공 등으로 구성된다. 현물 내역은 ^정부차원의 인도적 무상 지원, ^식량차관,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지원, ^민간차원의 인도 지원 등이 있다.

다만 송금 내역 중 개성공단에 지원된 임금ㆍ통신비는 이명박(2억7629만달러)ㆍ박근혜(2억5438만달러) 정부가 노무현 정부(4131만달러)보다 약 10배 많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의 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임금 지급액도 늘어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지원 금액이 소폭 줄어든 것은 지난해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지원과 관련한 현물 제공액은 노무현 정부(1억5670만달러) 때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1억80만달러)보다 많았다. 이 당국자는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초기(노무현 정부)비용이 많이 들어갔고, 이후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개성공단 시설의 지원 계획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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