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계시로 고수익 보장”…신도 속여 200억 뜯은 교회 목사

중앙일보

입력

“하나님 계시에 따라 투자하라”며 신도들을 꼬드겨 200억원을 가로챈 교회 목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높은 배당금을 주겠다고 교인들을 속여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목사 박모(53)씨와 투자 관련 상담팀장 김모(35ㆍ여)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직 신학대 교수와 중앙부처 공무원(5급) 등 범행에 가담한 18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박씨가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의 신도와 그들의 지인 등 150여 명을 상대로 투자금 명목 197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일당은 2008년 10월 서울 강남에 한 교회를 세운 뒤 투자금을 빼낼 신도 모집을 시작했다. 2년 뒤인 2010년엔 ‘G&E(복음과 경제) 연구소’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벤처기업 등에 투자해 월 최고 8%의 배당금을 주겠다”며 신도들을 속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씨는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감동과 계시로 고수익이 보장된다”, “하나님 명령이니 투자를 안 하면 데려간다(죽는다)”고 설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익 보장에 믿음을 갖게 된 신도들에겐 “전세금을 빼서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월세를 내고도 풍족하게 살 수 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수익금으로 이자 내고도 충분하다”고 종용하기도 했다.

조직 간부들에겐 월 1500만원을 주고 마이바흐, 벤츠 등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게 해 신도들에게 부를 과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차량 외에도 월급을 최대 700만원까지 받은 간부들은 투자 상품 개발과 투자대상자 선별, 홍보 등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터키와 독일까지 뻗친 것으로 조사됐다.

철저한 사기 행각에 속은 신도들은 전 재산을 바치거나 빚까지 내가면서 투자를 했지만 박씨 일당은 챙긴 현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이모씨는 “이 교회만이 혜택받은 곳이자 노아의 방주라고 해서 속아 넘어갔다”며 “여전히 다른 신도들은 박 목사의 사기 사실을 믿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경찰은 “피해자 150여 명 중 130여 명은 피해 사실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조직 관리를 위해 간부들끼리 양부녀 관계를 맺게 하고, 조직원의 결혼 상대까지 직접 정해주는 등 내부 결속력을 강하게 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박씨의 단체가 폭력조직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 조직죄도 혐의에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그동안 투자자의 수익금을 나중에 투자한 신도의 돈으로 메꾸는 ‘돌려막기’ 식으로 눈속임해왔다”며 “실제로 주식ㆍ펀드 등에 투자한 적은 거의 없었으며, 그나마 몇 번의 주식 투자도 수익금이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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