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너 태양계 행성 맞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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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태양계 행성 중 태양에 가까운 수성.금성.지구.화성 등 네 개의 행성은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이며, 그 다음으로 먼 곳에 있는 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 등은 가스층으로 뒤덮인 '목성형' 행성이다. 이들 8개의 행성은 모두 태양 주위의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그러나 명왕성과 2003UB313은 전혀 다르다. 다른 행성에 비해 지나치게 찌그러진 타원궤도를 돌 뿐더러 대부분 얼음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다. 이에 따라 명왕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의 거리는 44억㎞, 멀 때는 74억㎞, 2003UB313은 각각 57억㎞, 145억㎞에 이른다. 한국천문연구원 김봉규 박사는 "명왕성과 2003UB313은 앞선 8개의 행성과는 생성 기원과 그 특성이 여러모로 달라 과학적으로 행성의 범주에 넣기 어렵다"며 "그러나 명왕성은 이미 국제천문연맹에서 행성으로 인정했고,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어 문화적으로 행성의 자리를 굳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인 기준 없어 논쟁 불러=태양계 행성 중 명왕성을 제외한 8개는 생성 기원이나 원에 가까운 궤도를 도는 등 공통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행성 자체의 중력으로 주변의 물체를 빨아들여 형성됐다는 것이다. 유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도 지구 중력에 의해 천체가 빨려 들어오는 현상 중 하나다. 찰흙처럼 점성에 의해 뭉친 것은 크기도 한계가 있다. 명왕성이나 2003UB313이 이런 형태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이 두 천체가 대부분 얼음 덩어리 천체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쿠퍼 띠에 속한 천체이거나 명왕성의 경우 원래 해왕성의 위성일 가능성도 있어 태양계 행성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기왕에 명왕성이 태양계 막내 행성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지 않을 것이라면 2003UB313도 태양계 10번째 행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베르톨디 박사의 지적이다.

캘리포니아공대 마이키 브라운 박사는 "행성이 과학적인 사실만이 아닌 문화적으로 이미 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행성 수 논란은 끝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명왕성 이후에 발견되는 천체는 그저 어느 위치에 있는 천체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명왕성을 행성에서 빼기 어려운 점으로 미국인이 발견한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행성 기준 정해야=19세기 이전에만 해도 행성의 정의는 이론이 없었다. 혜성을 제외하고 태양 주위를 도는 천체를 지칭했다. 그러나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그 수는 소행성을 포함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고 크기만을 놓고 판단할 수도 없는 상태다. 명왕성의 지름이 2302㎞로 태양계 천체 중 15번째인 반면 2003UB313은 3100㎞로 더 크다. 지구의 달은 3474㎞다. 천체망원경과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의 발전으로 앞으로 이보다 더 큰 천체의 발견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 천문학계의 예측이다. 또 물질의 조성이나 진화 단계의 공통점으로만 본다면 수성~해왕성의 8개만 태양계 행성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명왕성은 행성에서 빠지게 된다. 일부에서는 태양계 행성이 모두 거의 공 모양이라는 점에 착안해 구형을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2003UB313이란=명왕성 밖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천체. 미국 예일대 데이비드 라비노비츠 연구팀이 2003년 찍은 천체 사진을 분석하던 중 2005년 7월 발견했다.지름은 3100㎞. 조성은 주로 얼음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해왕성 외곽에 주로 얼음으로 이뤄진 천체들이 몰려 있는 쿠퍼 띠에 속해 있다. 발견 당시부터 태양계 10번째 행성이냐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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