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가 있는 대학생들과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돌보는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의 미국인 사감이 있다. 그는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오는 오후 5시쯤부터 기숙사 점호시간인 오후 10시까지 밥을 챙기고 영어를 가르친다. 기숙사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숙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과외 교사처럼 직접 챙긴다. 운동선수를 한 경험을 살려 아령 드는 법도 가르친다. 학생들은 그를 '친절한 칼 선생님'으로 부른다.
칼은 유독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비디오 대여점 아시아 영화 코너에 있던 한국 영화 ‘짝패'를 보면서 한국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유튜브를 통해 소녀시대 등 한국 가수 노래를 듣게 됐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런 그에게 지난해 말 한국에 갈 기회가 생겼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미국 콘코디아 대학 캐롤 번스 교수의 추천이다. 대구대는 미국 콘코디아 대학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장애인 교육 관련 인적 교류를 진행 중이다. 캐롤 교수에게 대구대 발달 장애 학생들의 사감 자리를 소개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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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외국어 학원의 영어 강사보다 장애 학생들을 도우면서 한국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보람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달 처음 한국에 온 칼은 발달 장애인 53명이 사는 대구대 기숙사 최초의 미국인 사감이 됐다. 남학생들과 같은 층의 방을 쓰고 있는 칼은 잠들기 직전까지 항상 방문을 열어 둔다. 학생들이 편하게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가족처럼 친절한 덩치 큰 파란눈의 사감인 셈이다. 칼은 내년 초까지 기숙사에서 학생들을 도울 계획이다. 그는 "내년에 미국으로 돌아갈지 한국에 남을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언제가 됐든 이 학생들을 제 결혼식에 꼭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