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살이 갑자기 찌는 것만 위험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살이 갑자기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비만한 사람도 더욱 그렇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각종 질환의 ‘경고 신호’가 바로 급격한 체중 감소이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 성인 1100만여명 분석 결과 #4년간 체중 15% 이상 줄면 사망률 3배↑ # #고도비만인데 체중 갑자기 줄었을 때 가장 위험 #이유 없이 살 많이 빠지면 병원 찾아 진단필요
실제로 고대안암·강북삼성·부천성모병원 공동 연구팀이 최근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체중 변화와 사망과의 관계(Weight and body mass changes associated with all-cause mortality in Korea)’에 따르면 체중 감소가 체중 증가보다 사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협약을 통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체중 변화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밝힌 최초의 대규모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05~2015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1152만4763 명의 4년 간 체중 변화 자료와 통계청 사망통계를 연계해 분석했다. 우선 첫 번째 건강검진을 받을 때보다 4년 뒤 15% 이상 살이 빠진 그룹부터 20% 이상 증가한 그룹 사이를 각 5% 단위로 나눠 모두 8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중 체중 변화 정도가 -5~5%로 안정적인 그룹의 사망률을 기준으로 각 그룹의 사망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4년 사이 체중이 15 % 이상 줄어든 그룹은 기준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약 3배 높았다. 10~15% 준 그룹도 사망률이 2배 가량 됐다. 반면 15~20%와 20% 이상 체중이 늘어난 그룹은 사망률이 각각 1.6배, 1.8배로 체중이 줄어든 쪽보다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가장 사망률이 높은 경우는 고도비만(2단계 비만·BMI 30이상)에서 체중이 크게 줄어든 그룹이었다. 연구팀이 BMI에 따라 체중 변화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도비만이었다가 체중이 15% 이상 줄어든 경우 사망률은 3.7배나 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본인의 체중 변화가 의도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체중 감소는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이것이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됐을 것”이라 해석했다.
고도비만에서 사망률이 높은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만인 경우 질환의 위험이 더 크고, 무리한 다이어트가 몸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체중 감량을 시작할 때부터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크게 준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