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뚱뚱한 사람, 살 빠진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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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3cm 몸무게 63㎏의 날렵한 몸을 가졌던 김 모(35) 씨. 하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몸무게가 갑자기 30㎏ 넘게 불었다. 결국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1로 고도 비만 진단을 받은 그는 식이요법, 운동 등 수 많은 다이어트를 꾸준히 시도했다. 그러다 지난해 중순부터 차츰 살이 빠지더니 어느덧 몸무게가 80㎏까지 줄었다. BMI도 26.7로 개선됐다.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 생각해 뿌듯해 했던 것도 잠시, 얼마 뒤 건강검진에서 그는 고혈압과 신장(콩팥)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콩팥이 많이 망가져 투석하기 직전까지 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국인 1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급격한 체중 감소가 체중 증가보다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한국인 110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급격한 체중 감소가 체중 증가보다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흔히 살이 갑자기 찌는 것만 위험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살이 갑자기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비만한 사람도 더욱 그렇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각종 질환의 ‘경고 신호’가 바로 급격한 체중 감소이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 성인 1100만여명 분석 결과 #4년간 체중 15% 이상 줄면 사망률 3배↑ # #고도비만인데 체중 갑자기 줄었을 때 가장 위험 #이유 없이 살 많이 빠지면 병원 찾아 진단필요

 실제로 고대안암·강북삼성·부천성모병원 공동 연구팀이 최근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체중 변화와 사망과의 관계(Weight and body mass changes associated with all-cause mortality in Korea)’에 따르면 체중 감소가 체중 증가보다 사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업무협약을 통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체중 변화와 사망률 간의 관계를 밝힌 최초의 대규모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05~2015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 1152만4763 명의 4년 간 체중 변화 자료와 통계청 사망통계를 연계해 분석했다. 우선 첫 번째 건강검진을 받을 때보다 4년 뒤 15% 이상 살이 빠진 그룹부터 20% 이상 증가한 그룹 사이를 각 5% 단위로 나눠 모두 8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 중 체중 변화 정도가 -5~5%로 안정적인 그룹의 사망률을 기준으로 각 그룹의 사망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4년 사이 체중이 15 % 이상 줄어든 그룹은 기준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약 3배 높았다. 10~15% 준 그룹도 사망률이 2배 가량 됐다. 반면 15~20%와 20% 이상 체중이 늘어난 그룹은 사망률이 각각 1.6배, 1.8배로 체중이 줄어든 쪽보다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체중 변화와 사망률 관계 그래프. 체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그룹(가장 왼쪽)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대한비만학회]

체중 변화와 사망률 관계 그래프. 체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그룹(가장 왼쪽)의 사망률이 가장 높다. [대한비만학회]

 가장 사망률이 높은 경우는 고도비만(2단계 비만·BMI 30이상)에서 체중이 크게 줄어든 그룹이었다. 연구팀이 BMI에 따라 체중 변화와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도비만이었다가 체중이 15% 이상 줄어든 경우 사망률은 3.7배나 됐다.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체중 변화와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고도비만(2단계 비만·BMI 30이상)일때 체중 감소가 큰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체중 변화와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고도비만(2단계 비만·BMI 30이상)일때 체중 감소가 큰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비만학회]

 이번 연구를 주도한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본인의 체중 변화가 의도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체중 감소는 고혈압, 당뇨병, 암 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이것이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됐을 것”이라 해석했다.

 고도비만에서 사망률이 높은 점에 대해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만인 경우 질환의 위험이 더 크고, 무리한 다이어트가 몸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체중 감량을 시작할 때부터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크게 준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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