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소통에 돈 안 아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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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리더형’, 안철수는 ‘살림형’. 두 대선후보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씀씀이를 분석한 결과다. 중앙일보는 이들을 포함해 주요 대선후보 5명이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지출한 정치자금·업무추진비 명세 1만166건을 전수조사했다. 이들의 정치자금 중에서 각종 선거와 관련된 일부 비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을 받는다. ‘공공 지출’의 성격도 있다는 의미다.

문, 간담회 식대 1억3728만원 #안, 여론조사 1억3230만원 써 #홍, 직원·장병 등 격려비 많고 #유, 이동 잦아 차량 비용 커 #심, 후보 중 정책개발비 최다

5명의 대선후보가 약 4년간 지출한 비용은 48억3433만원, 평균 9억6000만원이다. 돈을 쓴 내역은 후보별 성향이나 지출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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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동안 당 대표·상임고문을 지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홍보(31.8%, 총 2억426만원)에 가장 큰돈을 썼다. 각종 간담회 명목으로 식사비 지출도 많았다. 4년간 971차례 간담회를 했고 당시 식대 지출비가 1억3728만원이다. 문재인 캠프의 윤건영 상황실 부실장은 “유력 대선주자로서 각계의 의견을 청취할 일이 많았는데, 대부분 ‘리더’격인 문 후보가 밥값을 냈다”고 말했다.

국회에 입성했고 창당도 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사무실 운영에 가장 많은 돈(33.6%, 2억7638만원)을 썼다. 선거 사무소 등 사무실 임대비(1억1394만원)가 가장 많았고, 인테리어 비용으로도 4200만원을 지출했다. 반면 간담회 식대에 든 비용은 419만원에 그쳤다. 별도인 기자들과의 식사 비용(879만원)을 포함해도 1000만원대 수준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밥을 먹지 않아도 회의실 미팅, 티타임 같은 간담회를 많이 열었다”며 “정치인으로서 스킨십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대신 여론조사에는 문 후보(3410만원)보다 많은 1억3230만원을 지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5년간의 도지사 재임 동안 업무추진비의 51.2%(4억8767만원)를 소속 공무원과 도내 국군 장병 등을 격려하는 데 썼다. 지역구인 대구와 여의도를 분주히 오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차량 운행·유지 관련 비용(1억5357만원) 비중이 가장 컸다. 언론·대중과의 스킨십도 많아 총 129차례의 언론·홍보 간담회에 7568만원, 정치 현안 을 논의하는 258차례의 정치 간담회에 9077만원을 썼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요 대선후보 중 토론회(1858만원)와 정책 개발(2695만원)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대선후보들의 정치자금 지출이 조직 동원, 홍보, 사무소 관리 등 과거 전통적 정치문화에서 중시됐던 분야에 편중된 경향이 많다”며 “구체적인 정책이나 후보의 비전, 공약 등과 관련된 연구 지출 등 ‘선진형’ 정치자금 지출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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