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故 김영애와 같은 동네…故 여운계와는 탁구 복식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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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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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가 두 여배우 고(故) 여운계씨ㆍ김영애씨와의 인연을 추억하며, 죽음의 순간 앞에서도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드러낸 그들을 떠올렸다.

1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손 앵커는 두 여배우와 처음 마주쳤던 당시의 기억으로 앵커 브리핑을 시작했다.

손 앵커는 먼저 여운계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대략 45년 전 다니던 고등학교와 방송국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심심찮게 여배우들과 마주쳤다”며 “고 여운계씨를 우연히 마주친 건 학교 앞 탁구장이었다”고 했다. 이어 “복식조에 숫자가 모자라 졸지에 유명한 여운계씨와 같은 조가 되어 탁구를 쳤다”며 “그녀는 다정다감했다”고 여씨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녀가 타계하기 얼마 전에 방송사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했다”며 “그녀는 탁구 복식조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아이처럼 웃으며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손 앵커는 김영애씨와의 추억도 전했다. 그는 “그리고 또 한 사람. 바로 고 김영애씨”라며 운을 띄운 뒤 “우리는 비슷했던 시기 같은 아파트에 살았다”고 했다. 이어 “가끔 작은 상점에서 만났던 그녀는 20대 초중반 빛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며 “어린 고등학생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훗날 같은 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그녀를 볼 기회는 없었다”며 “그녀의 병환 소식을 듣고 당신의 찬란했던 시절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손 앵커는 “오늘 그녀를 영원히 떠나보냈다”며 “고 김영애씨의 영결 소식을 들으며 저의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여배우의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는 젊은 시절이 아니라 삶과의 이별을 앞두고도 치열했던 그들의 노년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석희 앵커브리핑 [사진 JTBC 캡처]

손석희 앵커브리핑 [사진 JTBC 캡처]

그러면서 “‘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다’ ‘배우가 아닌 나를 생각할 수 없다’라는 말에 대해 그 옛날 20대 초중반의 김영애였다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업에 전력을 다했던 사람만이 부끄럼 없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 앵커는 “여운계와 김영애, 그들은 세상의 많은 이들이 업이 아닌 업보의 길을 갔을 때, 고통스러워도 당당하게 업의 길을 간 사람들이었다. 떠나간 그들이 자리가 크고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마무리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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