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군에 짓는 130기 풍력발전소 “환경 파괴” vs “세수 효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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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풍력발전시설을 건설하면서 산을 대규모로 깎아내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풍력단지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회)

풍력발전 규제 완화되며 건립 봇물 #주민들 “유해 저주파로 주민 피해 … #관광객 줄고 생물 다양성 파괴 우려” #군 “일자리·세수 증가 효과 등 이익 #8년간 지방세 수입 21억 가량 증가”

“풍력발전 사업의 유치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권영택 영양군수)

경북 영양군 맹동산 영양풍력발전단지. 산 정상에 풍력발전시설 41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영양군]

경북 영양군 맹동산 영양풍력발전단지. 산 정상에풍력발전시설 41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영양군]

경북 북부권에서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풍력발전시설 건립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산세가 수려하고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생물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백두대간에 풍력발전시설이 연이어 들어오며 환경 파괴 논란이 일면서다. 풍력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민들의 건강권·재산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반대하는 반면 지자체 측은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가 늘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박근혜 정부가 풍력발전 인·허가 규제 완화 조치로 풍력발전시설 건립 가능 지역을 생태자연도 2급지에서 1급지로 변경하고 산지전용 허가도 3만㎡에서 10만㎡ 이내로 푼 것이 발단이 됐다. 이때부터 경북 영양군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권에 풍력발전시설 개발 붐이 일어났다.

영양군에 풍력발전시설이 처음 들어선 것은 2008년. 석보면 맹동산에 1.5MW급 풍력발전시설 41기가 세워졌다. 한동안 설치가 이뤄지지 않다 규제 완화 후인 2015년 영양읍 무창리에 18기가 추가로 세워졌다. 이후부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이 27기, 행정절차 진행 중인 시설이 44기다. 계획대로라면 모두 130기의 풍력발전시설이 영양군에 들어선다. 규제 완화 후 설치에 들어간 것이 89기(68.5%)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풍력발전시설이 내뿜는 유해 저주파가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신체와 농작물에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백두대간 낙동정맥인 맹동산 정상(사업면적 45만2650㎡·2009년 완공)을 30여m 폭으로 밀어 버리고 사방 15m 콘크리트 기초공사를 하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세웠다”며 “지금 맹동산은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인근 지역민들은 소음과 저주파, 송전탑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관광객이 늘기는커녕 이전에 맹동산을 찾던 사람들도 더 이상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상철(66) 풍력단지저지 영양·영덕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풍력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면서 “하지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검토에서도 이곳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보존적 가치가 높으므로 풍력단지를 짓기에 부적절하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주민들 대부분이 반대를 하는 상황에도 풍력발전시설 건립을 밀어붙이는 지자체가 거대자본 세력과 결탁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양군 측은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소수인에 의해 진실이 사라지고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권영택 영양군수는 지난 10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권 군수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은 앞으로 군의 랜드마크이자 미래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주민복지사업 확대, 지역 세수 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군수는 “풍력발전시설 설치 증가로 지방세 수입이 2010년 이후 8년간 21억5천여만원이 늘었고 풍력발전특별지원금, 경로당 운영비 등 수입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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