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도 사과받는 美 세컨드 레이디 “방한해 미술치료 관련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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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디애나주의 최고위급 관리와 이 자리에 함께 했다.”


미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가 보수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소개한 이는 부인 캐런이었다. 그가 부인을 얼마나 믿고 의지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펜스 부통령 16~18일 방한에 부인 캐런도 동행 #"펜스에게 큰 영향 미치는 꼭 필요한 정책 조언자" #"꿈의 여성" "첫눈에 사랑 빠져" 85년 결혼 '잉꼬부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세컨드 레이디가 된 캐런이 16일 펜스 부통령과 함께 한국에 온다. 25년 간 미술 교사로 재직하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 등을 돕기 위한 미술 치료에 관심을 가져온 캐런은 7일 트위터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술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이번 순방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캐런은 한국에서 별다른 공식 일정 없이 관련 활동을 하면서 한국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다 만난 펜스 부부는 85년 결혼했다. [펜스 트위터]

교회에서 예배를 보다 만난 펜스 부부는 85년 결혼했다. [펜스 트위터]

워싱턴 정가에서 캐런은 펜스 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꼽힌다. 외교가 소식통은 “단순히 금슬 좋은 부부라거나 부인 말을 잘 듣는 수준을 넘어 캐런은 펜스 부통령에게 없어선 안 될 정책 조언자”라고 귀띔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펜스 부통령이 연방 하원의원(2001~2013)으로 당선된 뒤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은 빨간 전화기였다. 이 전화기는 캐런만 번호를 아는 그들만의 ‘핫라인’이었다. 시간이 지나 휴대전화가 보편화됐지만 그의 인디애나 주지사(2013~2016) 사무실에서도 빨간 전화기는 여전히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펜스 부부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물리적 표시”라고 표현했다. 캐런을 “펜스 부통령을 위한 기도하는 전사(prayer warrior)”라고 칭하면서다. ‘prayer warrior’는 주로 누군가를 위해 혹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기도하는 신자들을 뜻하는 말이다.

실제 펜스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다. 처음 만난 것도 1983년 교회 예배에서였다. 펜스 부부는 방한 첫날인 16일 한·미 장병들과 함께 부활절 예배도 볼 예정이다.

펜스 부통령 부부의 장남 마이클은 해병대 장교다. [펜스 트위터]

펜스 부통령 부부의 장남 마이클은 해병대 장교다. [펜스 트위터]

펜스 부통령은 지금도 캐런에 대해 “내 인생에 생긴 가장 좋은 일”, “내가 항상 꿈에 그리던 여성”이라고 말한다. 캐런도 “그를 본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돌아보곤 한다. 캐런은 펜스 부통령과 데이트를 시작할 무렵부터 “그럴게요”라고 새겨진 황금 십자가를 지니고 다녔다. 그가 청혼할 때에 대비해서였다.

2년 간의 연애 끝에 85년 결혼한 펜스 부부는 슬하에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장남 마이클은 해병대 장교이고 둘째딸 샬럿은 영화감독, 막내딸 오드리는 대학생이다. 펜스 부부의 방한길에 샬롯과 오드리가 함께 온다. 캐런은 지난 5일 CBS 인터뷰에서 공인인 남편의 정치 활동과 가정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에 대해 “아이들이 의사당에 직접 가보게 하는 식으로 아버지의 정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때때로 ‘그거 알아? 내가 대통령과 오늘 만찬이 있는데, 난 샬롯이랑 함께 있을 거야. 오늘은 샬롯의 첫 바이올린 연주회라서 굉장히 중요한 날이거든’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스 부부가 생일을 맞은 동행 기자에게 컵케이크를 선물하고 있다. [CBS 기자 앨런 트위터]

펜스 부부가 생일을 맞은 동행 기자에게 컵케이크를 선물하고 있다. [CBS 기자 앨런 트위터]

바람둥이 이미지가 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펜스 부통령을 택한 것도 이처럼 가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를 통해 여심을 잡으려는 전략이 일부 반영된 것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러닝메이트가 돼달라고 제안할 때 캐런도 함께 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됐을 때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해 유감을 표하면서 “캐런을 바꿔달라”고 해 그에게도 사과했다.

25년 간 미술교사로 재직한 캐런은 최근 미술치료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캐런 트위터]

25년 간 미술교사로 재직한 캐런은 최근 미술치료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캐런 트위터]

캐런은 친화력이 좋고 온건한 성품으로 평가받는다. 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직접 생수를 건네주고, 펜스 부통령이 기내에서 간담회를 할 때 컵케이크가 든 쟁반을 들고 옆자리를 지키는 영상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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