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전략적 선택’ 속타는 홍준표, 문·안 싸잡아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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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네. 큰일 났어. 휴~.”

양강 조짐에 지지율 안 오르자 비상 #홍 측 "문재인·안철수 똑같다” 공세 #비호감 말투 등 이미지 변신도 준비 #유승민도 ‘일시적 이탈 현상’ 규정 #홍준표와 각 세우며 보수 적자 강조

자유한국당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로 흘러가고 있는 대선 판세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홍준표 후보가 선출되면 지지율이 20%까지는 올라갈 줄 알았는데 박스권(10%)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며 “이 추세라면 자칫 선거 보전 비용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득표율 15%를 넘겨야 선거비용 전체를, 최소 10%를 넘겨야 그 절반을 국고에서 보전받을 수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유 후보는 이날 경남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홍 후보가 오는 9일 사퇴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게 하겠다고 한 것을 ‘꼼수’라고 비판했다. [송봉근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는 경남 창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유 후보는 이날 경남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홍 후보가 오는 9일 사퇴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게 하겠다고 한 것을 ‘꼼수’라고 비판했다. [송봉근 기자]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문재인(38.4%)·안철수(34.9%) 후보에 크게 못 미치는 9.6%에 그치자 한국당엔 비상이 걸렸다.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의 지지율도 15.2%에 불과했다. 특히 ‘절대로 투표하지 않겠다’는 비호감도가 38%로 단연 1위였다. 2위인 문 후보(28.1%)보다 10%포인트 가깝게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 ‘비호감도’는 향후 지지율 상승의 가능성을 줄이는 대표적인 네거티브 척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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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홍 후보는 문·안 양강구도 형성에 대해 ‘안철수 후보에 대한 보수층의 착시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날 광주를 방문한 홍 후보는 기자들에게 “보수 우파는 안철수에게 안 간다. 일시적으로 안희정에게 갔다가 안철수에게 갔다가 방황하는 것”이라며 “보수우파들이 아직 집결을 안 하고 있지만 후보등록 전까지 우파들이 돌아오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비호감도 1위’ 결과에 대해서도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은 반대로 열광적인 지지층도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며 “비호감도 1, 2위가 결국 양자대결 구도로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후보의 주장과는 별도로 캠프 내부적으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첫 지방 일정으로 TK·PK 지역을 돌며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부터가 먹히지 않았다. 홍 후보 측은 그래서 문·안 후보를 묶어 공격하는 전략을 강화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문 후보의 집권에 반대하는 보수층이 전략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문재인이나 안철수는 똑같다’ ‘두 사람의 지지기반은 어차피 호남’이란 논리를 전파키로 했다.

홍 후보의 비호감 이미지와 관련, 비서실장인 윤한홍 의원은 “홍 후보의 콘텐트는 박수를 많이 받는데 스타일이나 말투가 비호감 요인일 수 있다. ‘말투를 바꿔 달라’는 요구도 있다”며 “이미지 변신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마음이 급하기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보수층의 이탈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이 보수의 궤멸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금의 구도가 대선일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날도 홍 후보에 대해 “하루빨리 도지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며 일단 ‘보수 적자’ 후보의 위치를 꿰차는 데 주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는 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오종택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는 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오종택 기자]

◆방명록 두 번 쓴 홍준표=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국당 홍 후보는 방명록을 두 번 썼다. ‘개인의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힘쓴다’는 뜻인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두번째 한자를 ‘私’(사사로울 사)가 아닌 ‘死’(죽을 사)로 썼기 때문이다. 처음엔 ‘滅死奉公’이라고 쓴 홍 후보는 참모들의 지적에 ‘滅私奉公’으로 다시 썼다. 홍 후보는 방명록을 고쳐 쓴 뒤 “광주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시다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죽을 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박성훈 기자, 광주=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오종택·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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