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법안 사실상 만장일치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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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3일(현지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서 9년 만에 북한이 다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가는게 가시화됐다.

찬성 394표, 반대 1표로 신속 처리 #ICBM 규탄 결의안도 압도적 찬성 #미ㆍ중 정상회담 앞두고 중국 압박

하원은 이날 전체 회의를 열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법안을 찬성 394표 반대 1표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했다. 반대 1표는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이다. 매시 의원은 지난해 2월 하원이 대북제재강화법안을 표결할 때도 반대표를 행사했던 2명중 1명이었다. 당시 매시 의원은 대북제재강화법안은 없어져야 할 유엔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테러지원국재지정법안에는 북한의 유엔 결의 위반이 담겼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맥락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1표 반대라는 표결 결과는미국 하원의 강경한 대북 기류를 보여준다. 상원에서도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의원이 테러지원국 재지정법안을 발의해 놨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상원 역시 북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내부적으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트럼프 정부가 의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2008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며 테러지원국 해제라는 당근을 얻었다.

하원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규탄 결의안도 찬성 398표 대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테러지원국 재지정법안과 규탄 결의안을 모두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앞선 법안 검토와 본회의중 토론 시간을 줄였다. 신속처리 안건은 여야가 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거나 시간을 다퉈 통과시켜할 법안 등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두 안건은 지난달 29일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지 5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원의 속전속결 안건 처리는 6∼7일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역시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미국 의회의 메시지를 우회 전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테러지원국에 지정되면 북한의 테러 활동과 관련이 있는 기관ㆍ개인의 미국내 자산이 몰수된다.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에 테러와 연관된 기관ㆍ개인에 대해 주의하도록 알린다. 북한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각종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강력한 신규 제재가 추가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자체로 대북 압박 정책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을 향한 사실상의 경고 조치가 된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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