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어딨어요? 아빠 언제 와?” 한국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Stella Daisy)호 실종사건을 설명하는 자리에 7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이환영(46) 기관사의 딸 이세린 양은 ‘아빠한테 가보자’는 엄마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 기관사의 아내 김은희(47·대전 동구청로)씨는 지난 4월 1일 오후 3시 30분 폴라리스 쉬핑 안전담당부장에게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스텔라호가 침몰당한 것 같다’는 말에 어안이 멍멍해졌지만 ‘지금 수색을 하고 있어 찾을 수 있다’는 말에 희망을 걸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9시간이 2일 자정쯤 청정벼락 같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안전담당부장은 낮은 목소리로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때야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고, 2일 오후 1시 폴라리스 쉬핑 본부가 있는 부산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을 듣기 위해 대전 집에서 부랴부랴 짐을 싸 출발했다. 김씨는 자는 이양을 깨워 ‘아빠한테 가보자’고 했고, 이양은 아빠를 만나러 가는 줄 알고 부산으로 왔다고 했다.
이 기관사는 2004년부터 원양어선을 탄 13년 경력의 베테랑 선원이다. 한진해운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그해 8월 폴라리스 쉬핑으로 회사를 옮겼다.
이 기관사는 회사를 옮기고 지난해 8월 첫 항해에 나섰다. 7개월가량 떨어져 있었지만, 다행히 스텔라호는 인터넷이 잘 연결돼 2~3일에 한 번씩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지난 27일 주고받은 카톡이 마지막 연락이었다. 다음 달 있는 제사와 아이들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33살 늦은 나이에 선원생활에 뛰어든 이 기관사는 자신보다 어린 선원들과 생활하는 걸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럴때마다 늦게 낮은 딸 이양의 양육비와 교육비를 위해 꾹 참았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폴라리스로 옮긴 남편이 스텔라호가 너무 썪었다고 했다”며 “25년 노후화 된 선박이라 고장이 잦고, 손볼 데가 많다는 말을 종종 했다”며 울먹였다. 그는 “수송기를 띄워 현지 수색을 하고 있다고 하니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제발 아이 아빠를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