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금강하구에서 시베리아까지 일주일만에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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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인 도요물떼새 [국립생태원}

비행 중인 도요물떼새 [국립생태원}

여름에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동남아시아와 호주, 뉴질랜드까지 날아가는 도요새와 물떼새. 그들이 그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며칠 동안 쉬지도 않고 계속 날아간다.
그래서 한반도 서해안 갯벌은 그들이 잠시 머물며 먹이를 얻고 기운을 차리는 곳으로 중요한 ‘기착지’ 역할을 한다.
서해안 갯벌 중에서도 금강 하구가 도요·물떼새류가 최대 17만 마리가 찾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물새 기착지로 나타났다.

금강하구 조사지역 [국립생태원]

금강하구 조사지역 [국립생태원]

먹이를 찾고 있는 붉은어깨도요 [국립생태원}

먹이를 찾고 있는 붉은어깨도요 [국립생태원}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금강하구(충남 서천 및 유부도 갯벌) 생태계를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적 멸종위기 이동성 물새 서식지 수용력 평가 연구’ 결과를 2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4~5월 7주 동안 이곳을 찾는 도요·물떼새류의 최대 개체 수는 17만 8279마리로 확인됐다.

먹이를 찾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국립생태원}

먹이를 찾고 있는 알락꼬리마도요 [국립생태원}

이번 연구에서는 또 도요·물떼새류가 금강하구에서 평균 40일 정도 머물렀다가 번식지인 북시베리아까지 7280㎞를 이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이동 시간은 평균 6.5일, 일주일이면 금강하구에서 북시베리아까지 날아가는 셈이다.
이때 필요한 에너지양은 1마리당 1268㎉로 산출됐다.
이 에너지양은 성인 남성의 하루 평균 필요 열량(2400㎉)의 절반 수준이다.

도요물떼새의 먹이 [국립생태원}

도요물떼새의 먹이 [국립생태원}

이들 17만 마리의 새들이 번식지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열량을 바탕으로 계산하면 ‘먹이를 먹는 장소(섭식지)’의 면적도 62.56㎢로 계산됐다.
금강하구 갯벌 전체 면적(약 71.3㎢)보다는 약간 작았다.
한편 지난 2014년 버즈 코리아(Birds Korea)의 닐 무어스 박사 등이 간척사업 이전의 금강하구 남쪽 새만금에서 도요·물떼새류 개체 수를 조사한 결과, 31만 6000마리로 나타났다.
과거 31만여 마리 수준으로 도요·물떼새 숫자가 회복되려면 금강하구 갯벌 면적의 약 1.6배가 필요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넓적부리도요 [중앙포토]

넓적부리도요 [중앙포토]

도요·물떼새류는 매년 봄과 가을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나그네새로 갯벌 등 해안가에 산다.
나그네새는 번식지 혹은 비번식지로 이동할 때 철새와 같이 장기적으로 머물지 않고 단기적으로 또는 잠시 머물다 가는 새를 말한다.
학술적 용어로 ‘이동성 물새(shorebird)’로 불린다.
도요·물떼새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기재된 넓적부리도요, Ⅱ급 검은머리물떼새 등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종은 63종에 이른다.

검은머리물떼새 [중앙포토]

검은머리물떼새 [중앙포토]

금강하구를 찾는 도요·물떼새류 종은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해 검은머리물떼새,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등 24종으로 파악됐다.
이희철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결과 이동성 물새 중간기착지로서 금강하구가 국내 최대 규모의 물새 서식지로 드러났다”며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지리정보시스템과 원격탐사(GIS/RS)를 이용해 정량적인 서식지 평가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지난해 가을 17만여 마리 찾은 #금강하구는 국내 최대 도요.물떼새 서식지 #40일 간 갯벌서 먹이 찾은 뒤 북시베리아로 #과거 숫자 회복하려면 더 넓은 갯벌 필요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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