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심 군간부 대의원 대거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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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3일 북한이 실시한 최고인민회의 11기 대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방에 배치된 군단장들이 대거 탈락하고 경제.대남 및 외교 인사 등이 두드러지게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일부와 관계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총 6백87명의 대의원 중 제10기 대의원들 중에서 교체.선출된 대의원은 모두 3백43명(교체율 : 50%)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국방위원회.노동당 중앙위원회의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대의원직을 유지함으로써 기존 군 중심의 권력구조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정.군의 각 부문 실무책임자(부상급)들이 새로 선출된 것은 앞으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군대=차수와 대장급인 전방 군단장과 기계화 군단장 등 핵심 군부 인사를 대의원에서 완전히 배제해 주목된다.

박기서 평양방어사령관(차수)을 비롯한 11명의 군단장급 장성이 대의원에서 탈락했다. 특히 전재선 1군단장(차수), 김격식 2군단장(대장), 주상성 4군단장(대장)을 비롯한 전방 군단장 4명과 김명국 108기계화 군단장(대장) 등 기계화 군단장 4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박기서와 김명국은 12명으로 구성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다.

이들 부대의 경우 부대장 대신 군 총정치국의 통제를 받으면서 부대의 사업을 조정.통제하고 사상 교육을 맡는 정치위원들을 대의원으로 내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상장(중장)급인 후방 지역 군단장은 5년 전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대의원에 당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당국자는 "전방 군단장과 기계화 군단장 등 핵심 야전사령관들을 대의원에서 배제하는 대신 정치위원들을 내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부대장의 지휘 부담을 줄여 훈련과 전투 준비 태세에 전념케 하는 동시에 정치위원을 통해 이들 부대에 대한 노동당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교.대남=이번 대의원 선거에선 외교관 출신들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외무성은 백남순 외무상을 비롯해 강석주 제1부상, 김계관.최수헌.김계관 부상(차관급), 부상급으로 최진수 주중대사, 박의춘 주러대사, 박길연 뉴욕주재 유엔대표부 대사, 최수일 외교단사업총국장 등 9명을 대의원에 진출시켜 6자회담을 앞두고 외교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나타났다.

대남 관계자들이 대의원에 대거 선출된 것도 주목된다. 남북 장관급 회담 북측 대표단장을 맡았던 전금진.김령성 내각참사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민간교류를 맡고 있는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의 송호경.전경남.최승철 부위원장,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북측 대표단장을 맡았던 내각 국가계획위원회 박창련 제1부위원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아태평화위 이종혁 부위원장도 재선됐다.

대남 인사가 대의원에 다수 선출된 것은 북한 당국이 남북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북 대화 및 교류.협력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창현.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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