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나눠준 뒤 화장실 가라하고, 시험 시작 40분 지연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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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를 나눠준 뒤 화장실을 갔다올 수 있도록 하고, 시험은 40분이나 늦게 시작하고….’

경기북부경찰청 여경 공채 필기시험 허술한 진행 뒤늦게 드러나 #한 수험생 가족이 홈페이지에 글 올리면서 알려져, 공정성 논란 #경찰 "시험이 지연되자 시작 전 화장실 다녀올 수 있도록 한 것"

지난 18일 치러진 경기북부경찰청 여경(순경) 공채 필기시험 중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이 늦게 시작되는가 하면 시험지 배부 후 수험생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도록 하는 등 진행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논란이 된 여경 필기시험은 지난 18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신곡중학교에서 치러졌다. 이곳에 여경 시험용 답안지가 아닌 전·의경 특채 시험용 답안지가 배송되면서 31개 교실 중 13개 교실에서 시험을 늦게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제지가 먼저 배부된 일부 수험생들에게 화장실에 다녀오는 게 허락됐다.

이와 관련, 경기북부경찰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20일 자신을 수험생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A씨가 ‘2017년도 1차 경기북부 여경 시험 논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국가직 시험에서 답안지가 잘못 발송돼 시험시간이 40분이나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지) 파본 검사 후 화장실을 보내줘 타인과 문제에 대해 논의할 상황을 제공하고, 특정 반은 30분 전에 미리 시험지를 푸는 등 공정치 않은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갈무리해 첨부한 파일에는 “문제지가 이미 배부된 상황에서 화장실을 왜 보내주느냐”는 등 부정행위 가능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수험생 댓글이 잇따랐다. A씨는 "경기북부경찰 여경 채용 시험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아무런 공지사항이나 해명이 없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필기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 가운데 일부는 “공무원 공채시험이 이 같이 허술하고 원칙도 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시험 진행의 공정성과 적법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시험 시작 시각이 40분이나 지연되면서 종료 시각도 늦어지자 진행관이 ‘시험 시작 전에 수험생들이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해명하고, 경기북부경찰청 홈페이지에도 이를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북부경찰청의 이번 채용(2017년 1차)에는 남경 198명 모집에 4957명이, 여경 8명 모집에 786명이 각각 지원했다. 남·여경 모집 경쟁률은 25대 1, 98대 1을 각각 기록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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