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소화불량에 변비도 있는 ‘중복증후군’ 환자, 우울감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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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위장질환자 3명 중 1명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동시에 앓고 있는 중복증후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단일 증상을 앓는 사람보다 우울감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최윤진 교수 연구팀이 ‘한국형 위장관 질환의 증상과 특성’에 대해 분석한 결과다. 기능성 위장질환은 복통·속쓰림·소화불량이 있는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설사·변비·가스·부글거림이 있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나뉜다. 또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상복부 통증증후군과 식후 불편감 증후군,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변비형과 설사형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기능성 위장질환 진단을 받은 354명과 건강한 대조군 278명을 대상으로 증상을 분석하고 불안·우울 증상을 묻는 설문을 진행했다. 기능성 위장질환은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에 따르면 기능성 위장질환자 354명 중 31.1%(110명)는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동시에 앓는 중복증후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식후 소화불량과 변비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중복증후군 환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복증후군 환자는 단일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보다 복부 불편감이나 복통, 조기 포만감, 식후 포만감, 더부룩함 증상이 심했다. 이들은 우울 점수도 10.1점으로 가장 높았다. 미혼·이혼·사별 비율과 음주를 하는 비율 역시 가장 높았다. 중복증후군 환자의 평균연령은 47.2세로 소화불량증만 있는 군(51.9세)보다 적었다. 중복증후군 환자 중 여성 비율은 66.4%로 과민성 대장증후군만 있는 집단(45.7%)보다 높았다.

연구에서는 단일 질환이 있는 환자가 중복증후군으로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을 함께 분석했다. 소화불량증 환자의 경우는 우울 점수가 높고 더부룩함 증상이 있을 때 중복증후군이 발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에게서는 미혼·이혼·사별한 경우와 오심, 더부룩함, 후긍증(배변 후에도 대변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은 느낌) 증상이 있는 경우에 중복증후군이 나타날 위험이 컸다.

기능성 위장질환은 증상이 지속되고 재발이 잦은 데다 우울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에서 환자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원인과 명확한 치료법이 제시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나영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우연히 겹치는 것이 아니라 내장과민성, 감염, 심리현상, 유전형, 뇌와 위장관 사이의 상호작용인 뇌장축 반응 등이 관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순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위장의 기능 개선과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등 증상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학 분야의 SCI 등재 국제학술지 ‘위장병·간장학(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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