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는 태어난 곳이 중국입니다.” 이동빈(36) 경위는 자신의 ‘중국동포 말투’를 먼저 설명했다. 그는 16일 경찰 간부후보생 65기로 새내기 경찰 간부가 됐다.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톈진(天津)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2009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경찰대 졸업생, 간부후보생 등 #총 167명 경위에 함께 임용돼
“경북 성주에서 면서기를 하셨던 외증조부께서 1923년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넘어오셨다고 들었어요. 외할아버지도 ‘네 뿌리는 한국’이라고 말씀하신 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한국에 귀화했지만 처음 마주한 한국 사회는 차가웠다.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듯한 차별의 눈길이 느껴졌다. 중국에서 딴 학위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직장도 드물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2년 가까이 공사장을 전전하며 막노동을 했다.
한국의 공무원이 되길 바라신 외할아버지 뜻에 따라 2011년 제주도에서 순경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2012년엔 월간문학지 ‘모던포엠’에서 시 부문 신인작품상을 받아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 경위는 “더 큰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간부후보생 시험까지 보게 됐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가 겪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함께 경위에 임용된 박익태(24·간부후보 65기) 경위의 경력도 이색적이다. 9세 때 미국으로 온 가족이 건너가 UC버클리에 입학했다. 고교 3학년 때 마이클 혼다(77) 전 미국 하원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 영주권이 있었지만 모국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에 2011년 영주권을 포기했다.
“바로 군입대를 할 계획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 무릎십자 인대가 끊어진 것 때문에 면제가 됐습니다. 지금도 아쉽고 죄스러워요.”
박 경위는 군 면제 직후엔 로이터통신 서울지국에서 1년간 계약직 기자로 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 간부후보생 모집공고를 보고 경찰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날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대 대강당에서 열린 임용식을 마친 뒤 박 경위는 “내 경험을 살려 외사수사 업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제33기 경찰대 졸업생 117명과 제65기 간부후보생 50명 등 167명이 경위에 임용됐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