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김진태 "서문시장 썰전" 한국당 주자들 황교안 지지율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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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지지율을 흡수하려는 자유한국당 주자들의 경쟁이 16일 시작됐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진태 의원이 '서문시장 썰전'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김진태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홍 지사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 출정식을 한다는데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찾아가던 곳”이라며 “홍 지사가 박 전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우려면 출정식 장소부터 바꾸고 하는 게 어떻겠냐”고 따졌다. 이에 홍 지사가 이날 오후 경상남도 서울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이가 없다. 내가 (대구에서) 초ㆍ중ㆍ고를 다닐 때 서문시장에서 놀았다. 서문시장이 박근혜 시장이냐”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걔(김 의원)는 내 상대가 아니다. 앞으로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도 했다.
홍 지사와 김 의원이 경선 첫날부터 황 대행의 공백으로 생긴 우파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맞붙은 셈이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4기, 18기 검사 선ㆍ후배로 이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자유한국당 경선 후보 9명 가운데 ‘비박 대표’와 ‘박근혜 호위무사’로 대척점에 있다. 이날 홍 지사와 김 의원 외에 안상수·원유철·조경태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신용한 전 대통령직속 청년위원장 등 9명이 등록했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에선 홍 지사가 ‘포스트 황’의 최대 수혜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황 대행 불출마선언 직후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당초 황 대행 지지자(11.5%)의 32.4%가 홍 지사에게 이동했다. 덕분에 홍 지사 지지율은 전주 3.6%에서 7.1%로 상승했다. 하지만 나머지 황 대행 지지자는 한국당 주자들이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14.9%),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11.6%) 등 반문연대 대표주자들에게 이동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이동한 건 1.6%에 불과했다.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에겐 8%가 갔지만, 유승민 의원에겐 3.7%밖에 이동하지 않았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참조>
권순정 리얼미터 실장은 "헌재 선고 이후 탄핵 승복여론은 76%에서 92%까지 올랐다. 보수층은 대선 국면에서 가능성 있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 차선 또는 차악 후보로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 경선에선 조직을 장악한 주류 친박계의 표심이 변수다. ‘책임당원 80%+국민 20%’ 여론조사로 18일 1차(6명), 20일 2차(4명)으로 압축하는 컷오프 예비경선을 하기 때문이다. 이후 책임당원 현장투표(50%)와 국민 여론조사(50%)으로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홍 지사는 지난달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직후 ”양박(양아치 친박)들과 청와대 민정이 덮어 씌웠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친박 중진의원은 "홍 지사나 김진태 의원 모두 ‘안티(반대파)’가 많고 당 대표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며 "국민 지지율은 홍 지사가 높을 지 몰라도 조직으로 하면 김 의원이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효식ㆍ백민경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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