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동물세포로 백신 배양 … 안동, 백신도시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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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를 휩쓸며 수천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다시 지구촌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사망자는 1만2400여 명으로 많이 감소했다. 전염병을 사전 예방한 백신 덕분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신종플루 백신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이후 백신 국산화 정책이 펼쳐진다.

백신 생산공장, 국제연구소 들어서 #안동대는 2015년 백신공학과 신설 #백신 연구·생산·판매 등 시너지 기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일찍이 바이오산업으로 눈을 돌린 안동시는 그 무렵 경북도와 백신 기업 유치에 나섰다. 그동안 독감 백신 원료를 수입한 뒤 포장·판매해 온 SK케미칼㈜은 2008년 백신을 미래 사업으로 설정하고 입지를 찾고 있었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져 SK케미칼은 2010년 안동으로 들어온다. SK는 2015년 안동에서 독감 백신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동물세포로 백신을 배양하는 방식이다. 생산량은 독감이 유행하면 전 국민에게 연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독감 백신 ‘스카이셀 플루’의 지난해 매출액은 600억원가량.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들어선 SK케미칼 백신 공장. [사진 안동시]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들어선 SK케미칼 백신 공장. [사진 안동시]

SK는 안동에 설비와 연구 개발 등 현재까지 4000억원을 투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경북도·안동시는 현재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경북바이오산업단지(94만㎡)에 1029억원을 들여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4만5600㎡)’ 등을 조성 중이다. 경북도청과 3㎞쯤 떨어진 위치다. 관련 기업도 유치 중이다.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 안동분원도 문을 열었다. 산업단지 분양률은 현재 86%. 안동대는 2015년 백신공학과를 신설했다.

고동규(52)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독감 백신이 이제 안동에서 연구와 원료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이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녹십자가 터를 잡은 전남 화순과 함께 백신산업의 양대 축이 형성된 것이다. 다음은 선도 기업인 SK케미칼 이홍균(54) 안동공장장과의 일문일답.

독감 이외 다른 백신도 개발하고 있나.
“폐렴구균 백신도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다. 상업 생산체제까지 갖췄다. 또 대상포진 백신은 허가 직전 단계다.”
독감 백신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한다.
“국내 시판도 하고 있지만 목표는 해외 수출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허가를 받아 남반구 어린이를 위해 유니셰프에 납품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고용은 얼마나 이루어졌나.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제품 하나로 전체의 10% 정도가 돌아가는 정도다. 현재 인력은 170명쯤 된다. 150명 정도가 신입사원이다. 안동을 포함한 경북 출신이 70%쯤을 차지한다.”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백신 생산과 제품 검사, 품질부서, 일반 운영지원, 기술 지원 등이다.”
혈액제재도 생산한다는데.
“2공장에서 이뤄진다. 혈장에서 혈액 단백질을 뽑아내는 것이다. 2018년 하반기 국내 시판과 해외 수출이 목표다.”
공장이 도청 신도시 인근에 입지해 있다.
“덕분에 직원 생활 여건이 좋아졌다. 그동안은 안동시내에서 출퇴근했는데 기혼자 대부분이 가까운 도청 신도시로 집을 옮겼다.”
안동으로 들어온 이후 힘든 게 있었다면.
“그동안 핵심 인재 유출이 더러 있었다. 지금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대기업으로서 고용 말고 지역에 기여하는 게 있다면.
“아직 그러지 못해 죄송할 뿐이다. 지금은 투자하는 과정이라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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