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피어난 희망, 휠체어컬링 대표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6위. 아쉽지만 의미있는 순위였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1년 뒤 패럴림픽 리허설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테스트이벤트로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서 6위 #내년 평창 패럴림픽서 2010 밴쿠버 銀 이어 8년 만의 메달도전

한국은 9일 열린 2017 강릉 세계휠체어컬링 시계선수권 예선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중국에 4-5로 졌다. 4승 5패를 기록한 한국은 참가국 10개국 중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중국을 이길 경우 공동 3위가 돼 타이브레이커를 통한 준결승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3-5로 뒤진 8엔드에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11일 열린 결승에서는 노르웨이가 예선 1위 러시아를 8-3으로 물리쳐 우승했다. 3-4위전에선 스코틀랜드가 중국을 9-5로 꺾었다.

그러나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나쁘지 않다. 4강엔 오르지 못했지만 전통의 강호 미국과 캐나다를 격파했다. 특히 정원(5명)보다 많은 8명으로 구성해 이번 시즌을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가 있다. 백종철 대표팀 감독은 "테스트이벤트라 승리에 대한 부담이 컸다. 선수들의 체력과 심리적 부분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컬링은 클럽이 대표로 나서는데 이번엔 여러 소속팀 선수가 섞였다는 점에서 팀웍을 다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최종 선발전이 끝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휠체어컬링은 컬링과 똑같은 규격의 경기장에서 똑같은 스톤을 사용해 치른다. 대신 휠체어에 앉기 때문에 손 대신 알루미늄제 큐를 사용한다.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가 휠체어를 뒤에서 붙잡고, 컬링 특유의 스위핑(스톤이 더 미끄러지도록 하는 빗자루질)도 없다. 남녀 구분없이 경기하되 여자 선수는 반드시 1명 이상 출전해야하는 규정도 있다.

한국은 휠체어컬링의 불모지였다. 일반인 선수들이 하는 컬링조차도 대중화되지 않았던만큼 휠체어컬링이란 종목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 당시에는 훈련할 곳이 없어 훈련원 수영장 물을 얼려 훈련하기도 했다. 잘 정빙된 얼음이 아니라 연습 효과는 미미했지만 그럼에도 대표팀은 은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이뤘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천훈련원 컬링장은 경기 내용을 곧바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장애인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동과 휴식, 훈련 동선도 완벽에 가깝다. 비장애인 동계체전이 열릴 정도로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소치 패럴림픽에 출전했던 서순석은 "전세계 어디를 돌아봐도 이만한 시설이 없다. 평창 대회를 준비하는 대표팀에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 주축인 김종판도 "올해 캐나다 전지훈련을 하고 컬링장까지 생겨 자신이 생겼다. 소치(9위)의 아쉬움을 딛고 이번엔 10살인 막내아들에게 메달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방민자는 "교통사고로 10년간 집에만 틀어박혀 세상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내게 컬링은 소통의 문이다. 평창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